낮에 본 찔레꽃들은 햇살에 독이 오른 듯했다. 햇살에 풀이 죽을만도 하건만, 노오란 꽃술을 들이민 찔레꽃들은 날개가 바짝 하늘로 향했다. 곧 나비처럼 날라 오를 듯. 그러면서도 오가는 시골길, 도시는 벌써 지고말라버린 아카시아꽃들이 주렁주렁 가지를 부러뜨릴 듯한 기세다. 계절을 오가며 꽃들의 만찬에 아연해진다. 치렁치렁, 주렁주렁 꽃들이 밝히는 그곳에 마음들을 걸고 싶은게다. 그렇게 때만되면 혁 명하는 그들의 연대가 아찔하다 싶다.

 

저녁 한낮의 햇침들이 벌써 그늘의 깊이를 달리해놓는다. 깊은 곳은 풍덩  맘을 툭 던져놓으면 아마 그 깊이에 한참뒤에서나 소리가 들릴 듯하다. 그늘은 깊이를 달리한다. 세상은 여전히 그 그늘은 한통속이거나 같은 색깔을 가진 것으로 오해하겠지... ... 그늘도 다가서다보면 보이지 않는 그늘 속이 보인다. 여전히 꽃향기가 드리워지고 오목하게 고여있다.

 

한 여름속으로 가는 길목,  그늘의 색은 각기 다른 색으로 깊어지고, 그 그늘에서 찔레꽃 향을 맡는다. 아카시아 향의 연대를 기린다. 늘 혁명하는 그들을 맡는다. 눈은 가리워지고, 밤은 익지만, 그 향기, 그 내음은 코끝과 마음에 아련하다.

 

뱀발. 일터 일을 마치고, 가족들과 식사 짬을 내어 산책을 나선다. 장미는 담을 넘어서 피고, 찾으려던 아카시아와 찔레꽃은 한낮 오가는 일터 길의 녀석들로 갈음해야 했다. 아파트 길목에 간신히 찾은 네 놈을 담았다. 달님이라도 있으면 더 운치 있으련만, 그래도 밤빛으로 담아두니 느낄만은 한 것 같다.  동네 길을 오랫만에 걷는다. 좀더 다른 길로 나서야겠다.  5k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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