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에 대한 재해석
시간의 공존
생태주의는 현대적인 시간과 공간의 조직 방식에 대해 전면적인 도전을 가한다.....생태주의가 많이 의지하고 있는 비평형 열역학이나 카오스 이론에 따르면 여러 층의 시간들이 공존한다. 거시적(우주론적, 가계사적) 차원의 비가역적 시간관, 그리고 미시적(일,월, 연 단위) 차원 및 개인사적·심리적 차원의 순환적 시간관이 공존하며, 시간과 공간의 구분없이 공간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식하기도 한다. 37
관계적인 공간관
현대의 고전적인 공간관에 따르면 공간 역시 시간처럼 표준화되고 추상화되며 구획화 또는 지구화가 가능하다.(중략) 공간은 인간의 실천과 의미 부여를 통해서만 적절히 개념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관계적 공간관이라고 한다. 이러한 공간은 특히 장소의 회복과 관련된 투쟁을 통해 만들어진다.
생태주의는 질적인 시간, 그리고 관계적인 공간을 주장하면서 현대의 시공간 조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질적인 시간은 기계적 시간에 의한 통제 거부, 질적으로 의미 있는 시간 살기, 새로운 가능성의 생성을 통해 체험될 수 있다. 38
뱀발. 책을 보다 책갈피를 해둔다. 표준화되고 추상화된 시간과 공간에 대한 관점을 회복해내는 일이 활동 전반에 있어 절실하다.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만큼이나 시간과 공간에 대한 되새김과 돌이킴이 없으면 우리의 활동도 요원하다 싶다. 성과주의도 그러한 형태나 증상으로 나타난다. 회원과 만남이나 교류역시 그러하다. 해내야하고, 해야하는 상황은 똑같이 썰물이나 밀물처럼 왔다갔다 하기만 하는 것은 아닐까? 질적인 시간과 관계를 만들어 공간을 만들어내는 일이 정작 기존의 틀을 많이 비틀어 놓을 것이다. 너-나-삶(일상)이 조금은 다른 시간의 궤도를 걷거나 시간이 누적된다는 사실. 부모의부모(자식의 자식)까지 이어지는 분위기(학풍)를 또 한축으로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조바심과 실적의 수렁에서 절대 헤어날 수 없다. 당신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시공간의 관념을 돌이켜보는 일. 그 중독에서 얼마나 비켜서있는지? 얼마나 어쩔 수 없는 지를 함께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걸음도 내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