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담양 소쇄원을 다시 보고, 길안내를 받아 고흥으로 향한다.  안내받은 지방국도는 길이 아니라 경작로다. 알쏭달쏭한 길로 가다보니 마주 오는 차들이 있어 안심이다. 포장도로로 접하면서 안심도 익을 무렵 끝없이 펼쳐지는 목백일홍 가로수와 물빛이 겨울에도 장관이다.(주안댐) 벌교가 나오고 고흥이란 이정표를 향해 달려간다. 우주가 없는 간판은 없다시피한 동네. 나로도대교를 건너기전 포두면 송정마을로 접해 777미터 남짓 육지의 끝자락으로 향하면 송선생님댁이다. 이렇게 어렵게 오는 방법도 있지만 완주-여수 고속국도를 타고 순천에서 고흥으로 직행하면 대전에서 두시간 반남짓 걸릴 듯도 하다.

 

 

손님방은 다락도 있고, 아담한 좌탁과 자수를 놓은 테이블보, 다기, 탁자 위 허브....그리고 손에 닿을 듯 있는 섬들과 바다..나로도항에서 산 자연산 회와 소주, 일상을 안주삼아 하루를 편하게 담고 왔다.  아이들의 아지트인 작은도서관을 뒤로 하는데 겨울배추 두포기와 호박 한덩이를 건네주신다. 그리고 책한권도...읽다보니 송선생님 마음이 더 깊이 배인다. 배추의 내력도 말이다. 발포해변 앞의 파도소리와 손에 잡히는 섬들...그리고 포말....

 

 

 0. 성城, 소개받고, 수유너머 뉴스레터를 보다나니 별도의 독서모임도 있는 듯 싶어 읽고 있다. 동네서점에서도 구하지 못했는데 우연히 마트 서점에서 구경하다 눈에 띄였다. 잘 생긴 카프카는 글을 쓰기위해 밤을 쪼개어 썼다. 그의 공과는 사후에 생겼다 한다. 어떤 비평과 독후감에 대한 궁금증을 멀리하고 페이지를 조금씩 넘기고 있다. 글쓴이의 호흡과 숨결을 따라 걷는다. 일터, 사회를 움직이는...단 한번밖에 없는 삶. 살아지는 사람들. 삶들이 포말처럼 부서진다. 어떤 다른 삶에 대한 예후도 없이 살아진다.

 

 

 

 

 

 

 

 

 

0. 이계삼샘은 지면에서 많이 보았는데, 동치미 모임에서 선정해 이렇게 마주섰다. 지난 투고를 모아 엮은 책이다. 밀양으로 돌아가 지역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직장생활, 저녁과 밤은 전교조 일로 월화수목금금금의 이중생활을 엿본다. 일터 모임 모임 일터  겸직이 점점 힘들다. 시간을 쪼개고 짜투리시간을 만들어 그는 지금도 농익은 글을 쓰고 있다. 영혼이 없는 학교가 낳는 것은 교묘한 조직적 폭력과 성의 위계다. 그 학교가 낳는 사산의 흔적은 너무 잔인한다. 학교에 영혼과 인권이 스며들어야 한다. 감옥에서 제조된 아이들은 살아가지 못한다. 살아질 뿐이다. 영혼없는 선생님, 영혼없는 사회의 되먹임구조는 어딘가 단락이 생겨야 한다. 생겼으면 좋겠다. 지켜보는 일도 이렇게 힘든데 말이다.

 

 

 

 0. 아나키즘에 대한 소개서나 입문서가 필요했는데, 최근의 흐름과 연구성과를 지켜볼 수 있는 책이다. 뒤에 이어진 소개서와 인터넷링크도 잘 되어 있다. 자본주의, 사회주의, 그 사이 한번도 가지 않은 민주주의의 길은 잊혀져 있다. 깊어지고 높아지고 품는 이가 늘어날수록 사회는 다른 시선을 갖게 된다. 저기가 없는 자본주의와 저기만 있는 사회주의보다 지금당장을 논하고 살아가려면 여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좀더 깊이, 빨리, 높이....

 

 

 

 

 0. 사랑, 성, 결혼, 가족 - 지금 여기를 곰곰이 살펴보면 이것이 한덩어리가 아니다. 영화에도 현실도 다 낱낱일 수 있고, 낱낱임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하다면 그 정상적인 고정관념이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음을 간파해야 한다. 그리고 삶도 다시 다른관념으로 생각해보아야 한다. 또 현실을 다른 식으로 설계해보아야 한다. 또 세상을 다른 식으로 살아보아야 한다. 좀더 다르게 일상을 바꾸어내야 한다. 디지탈시대의 관계에 대한 고민들도 다시짚어 볼 수 있게 쉽다. 깊지는 못하지만 생각을 툭툭 건들고 흔든다.

 

 

 

 

 

 

 

 

뱀발. 중년의 몸이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 흰머리는 늘고 탈이 날 듯 몸은 써금써금하다. 치아도 불량품이 나온다. 그 사이로 교묘히 자라는 짜증과 걱정은 나이듦의 징표인 듯 싶다. 몸을 새롭게 써야할 나이가 지났다. 잘 간수하자. 생각도...일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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