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친구녀석이 사진 좀 보내달라기에 나이든 모습 보여주기 싫어 방탄 삼아 덧칠하여 보낸 시와 2002년 좀 과격한 흔적...쯧~
10년전의 일기장에
10년 전에 중단한 일기장에
오늘 일기를 계속하여 써도 전혀 어색지 않구나
강산도 변하고 만나는 사람도 바뀌어야 옳을 텐데
세월은 뒤집어놓으면 똑같은 모래시계
아이 둘과 아내를 위해 몇시간
짬을 낼 수 없는 처지도 같고
친구들과 어울려 시큼한 호프잔만 들이켜는 것도 같다
생계는 여전히 발뒤꿈치 물려고 달려오는 도사견
그때도 달렸고 지금도 달리지만
머리카락만 성성해졌고 약간 배가 나와
달리기가 힘들다는 것
하지만 이 긴 경주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위안일까
시멘트벽에 붙은 입동의 헐벗은 담쟁이덩굴이
내 몸으로 달려올 것 같아
나는 열린 창을 화급히 닫는다.
두렵다.세상은 늘 미친 도사견처럼 달려오지만
그 자리에 주저앉을 것 같아 두렵다. 도사견을 패대개
치고 싶다. 입동의 담쟁이 덩굴도 걷어버리고 싶다.
시간은 언제나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친구들과 함께 玄
도선장 불빛 아래 서있다. 강형철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