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라는 건 일어서기도 하고 드러눕기도 하고, 그렇잖아? 물론 조금 아슬아슬하기는 하지.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 게 되어 버리면 그 때는 끝장이랄까, 끝 간 데 없이 끌려가고 말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1. [백의 그림자] 도심 전자상가의 철거장면을 그렸다. "그림자라는 일어서기도 드러눕기도 하지.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면 끝장이지."  따듯하고 부드럽다. 난쏘공과 달리 화법도 세상을 어루만지는 방법도 평화롭지만 달리보면 날카롭다. 부드러움과 안온함의 가장자리를 다니다보면 현실이 이렇게 비겁하게 서 있음을 느끼게 한다. 백百의 그림자들. 불순한 현실들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지 않게 백권쯤의 연대는 없을까? 생각_행동을 제조해내는 매체의 드라마들이 이렇게 무심한 듯, 깊이감을 그려낼 수 있다. 그렇다면 원심력을 갖는 생각_행동이 구심력을 가질 수 있을까? 현실에 주어진 그림자에 고민을 들여대고 현실에 불꽃하나 태울 수 있을까? [저지대]의 시같은 소설과는 또 맛이 다른 지금여기를 묘사하는 힘이 강건하다.

2. [annam 다가갈 수 없는 나라] 겹쳐 읽다. 신이든, 선교든, 다가설 수 없는 나라에서 그들의 의도를 건졌다.고 오독했다.  원하는 의도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없다. 의도에 매몰될수록 의도하지 않는 날것들을 별반 건질 수 없다. 확율을 높이기 위해 실뿌리를 여기저기 남기는 수밖에.  다가설 수 있는 나라엔 아마 얻어야하지 하는 그런 비법은 없으리라...그림자...안개...무진... 나는 길이 어디인지 모른다. 그저 손놓지 않고 지금당장을 번지게 하려 애를쓸 뿐.  그 한방울이 안개를 더 짙게...그 그림자가 어둠을 더 짙게...하지만 언젠가 빗방울로...언젠간 환함으로... ...지금당장이 되보일지도 모를 것이다. 비로 씻기고 어둠이 눅눅해져서... ...

뱀발. 문체도 날렵한 활자의 편집도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술술 강렬해지는 두권의 책을 권면받다가 짬독하여 읽다. 건넨 이의 의도보다 다른 잿밥에 관심이 많으니, 책을 권하는 이는 늘 무심해야 한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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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11006
    from 木筆 2011-10-20 14:04 
    해보세요. 둔산좌파.둔산좌파.둔산좌파.둔산좌파.둔산좌파.이상하네요.둔산좌파.둔산좌파. 라고 말할수록 이 둔산좌파가 그 둔산좌파가 아닌 것 같은데요.그렇죠. 둔산좌파.둔산좌파.둔산좌파가 말이죠. 라고 나무님이 말했다.전부 다르게 생겼대요. 언젠가 책에서 봤는데 사람마다 다르게 생겼대요.그렇데요?그런데도 그걸 전부 둔산좌파, 라고 부르니까. 편리하기는 해도, 둔산좌파의 처지로 보자면 상당한 폭력인거죠. 37-38쪽-[책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