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1. 전쟁을 바라볼 때 흔히 사람들은 이성의 지배를 받는 사람이 더 많지 않느냐는 생각을 할 것이다. 전쟁은 집단적 광기라고 여긴다. 충동이 더 억제되고 이성이 열정에 압도되지 않는다면 인간은 자신의 정신이 전쟁의 열병에 감염되지 않게 보호할 것이고 분쟁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조정될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옳은 이야기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0. 올바르게 사고하려는 욕구를 열정의 형태로 품은 사람들만이 전쟁의 열정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 열정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은 열정뿐이고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은 상반되는 충동 또는 욕구뿐이다.
1. 이성은 너무나 소극적이고 너무나 활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한다. 이성만으로는 전쟁을 막을 수 없다.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전쟁을 야기하는 충동과 열정에 반대되는 충동과 열정에서 기인한 적극적인 활동이다.
2. 따라서 우리는 의식적인 이성의 활동만이 아니라 충동의 활동까지 변화시켜야 한다.
둘.
0. 본능적인 행동을 야기하는 충동은 바람직한 결과가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어른들은 자신이 아이나 개보다 합리적이라고 상상하고 싶어하고 자기 행동에서 충동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가를 자신이 깨닫지 못하도록 무의식적으로 은폐해버린다.
1. 일반적인 계획 뒤에는 항상 이런 무의식적인 은폐가 따른다.
2. 어떤 충동이 충족되지 않으면 그 충동이 충족된 결과를 달성하고자 하는 욕구가 자라난다.
3. 이성적으로 판단할 때 예상되는 결과가 달갑지 않은 경우에는 예상과 충동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4. 충동이 약할 경우에는 예상이 이긴다. 충동을 이기고 예상을 따르는 행동이 바로 이성에 따른 행동이다.
5. 인생관은 충동의 충족에 대해 준합리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즉 충동에 종속된 사고가 집약된 것이다.
셋.
-1. 산업주의와 조직은 문명국가의 국민들에게 충동이 아니라 목적에 의거하여 생활하라고 끊임없이 강요한다.
0.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생활 방식은 생명력의 원천을 고갈시키지는 않는다 해도 의지에 의한 통제에 익숙해진, 그리고 사고가 이미 알고 있는 새로운 충동을 만들어 낸다.
0. 충동이 완전히 배제된 채 목적과 욕구에 의해서 좌우되는 인생은 지루하다. 그런 생활은 생명력을 고갈시키고 결국에는 자신이 달성하려던 목적 그 자체에 대해 무관심하게 만든다.
1. 과도한 계율, 특히 외부에서 강요되는 과도한 계율은 종종 잔학과 파괴의 충동을 야기한다.
2. 자연스러운 충동이 출구를 찾지 못하면 그 사람은 대개 활력을 잃어버리거나 생명에 반하는 포악한 충동을 지니게 된다.
3. 인간의 충동은 타고난 기질에 의해서 날 때부터 고정된 것이 아니라 환경과 생활방식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넷.
-1. 우리 인생에는 특별한 정신적 재능이 요구되지 않을 뿐 아니라 지금도 그리 희귀한 것이 아니며 사회 제도가 개선될 경우에는 아주 흔해질 수 있는 세 가지 힘이 있다.
0. 사랑, 건설의 본능 그리고 삶의 기쁨이다.
1. 이 세 가지는 지금은 우리의 생활 조건 때문에 억제되고 약화되어 있다.
2.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대다수의 부자도 마찬가지이다.
3. 우리의 제도는 불의와 권위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억압과 불의를 견뎌낼 수 있으려면 우리는 동정심을 느끼지 않도록 마음을 닫고 진리를 돌아보지 않도록 정신을 닫아야만 한다.
4. 인습적인 성공관에 젖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요한 충동을 대부분 희생하고 삶의 기쁨을 상실한 채 맥 빠진 권태감 속에서 살아간다.
5. 우리의 경제 제도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의도보다는 타인의 의도에 따라 행동하도록 강요하고, 사람들이 무력감에 빠진 채 얼마 되지 않는 수동적인 위안을 누리는 것만을 허용한다.
6. 이 모든 것은 공동체의 활력, 개개인의 개방적인 애정, 관대한 세계관을 파괴한다.
7. 이 모두는 불필요한 것으로 지혜와 용기를 동원하면 종식시킬 수 있다.
-1. 복잡하지 않았던 시대로부터 내려온 제도 때문에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성장의 원리가 저해되고 있다. 사상과 지식이 발전해가고 물리적 세계의 여러 위력을 제어하는 지배력이 늘어남에 따라서 새로운 성장의 가능성이 출현하고 새로운 요구가 나타난다. 새로운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새로운 요구를 내놓은 사람들은 좌절을 겪는다. 예전에는 피할 수 없었던 한계가 이제는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것이 되었으므로 이 한계를 묵인하는 태도는 나날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 한계를 무너뜨리지 않고 삶의 행복을 누릴 가능성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