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달이 구름에 가려있고, 주말이라 거리에 가로등도 숨죽여 있다. 연구단지 RRR코스를 한바퀴 순회하려했지만, 불빛이 없어 공원 우레탄로를 천천히 음미하며 걷다 달리다를 되풀이 한다. 땀이 살며시 스며들 무렵 연단 주로의 나뭇잎들이 궁금해져 마저 다녀오다. 그리고 벌써 붉은 장미가 담장 어깨쯤에서 갸우뚱하고 있다. 빗줄기가 그친 다음날 산산한 바람결이 좋다. 6.5k 60'
2. 클래식강좌를 참관한다. 강좌도 막바지 몇강의 건너뛴지라 생소하기도 하다. 샘이 밀린 강의를 다시 상기시켜줘서 흐름을 잡을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이곡 저곡 감상하는 것이 더 좋다. 연주자나 지휘자의 모습은 늘 느낌이 응축되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같은 표정도 옆모습도, 뒷모습도 닮아있다. 가슴으로 배우고 가슴으로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느낌으로 소통할 수 있다면 말이다. 기차 차창가로 이어지는 풍경의 변주,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하이든의 현악4중주를 들으며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첼로, 비올라의 듣는 법도 함께 했다. 모임의 지난 기억들, 분명 제 각기 화자는 다른 연주를 했고, 느낌의 공유일지, 머리의 공유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을 열어둔다면 지난 모임이나 삶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하고픈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 그것을 그저 통과하는 소음이라 여기는 것이 안타깝다. 연주하고 싶은 선율의 하나로 듣는 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훨씬 나은 모임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하고싶은 것만 보려하는 의도를 조금이라도 내려놓는다면 말이다.
3. 일터일 한꼭지를 마치고 돌아온다. 잘못 끼워진 첫단추를 다시 끼울 수 있겠지.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