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묻지 말아야 될 세가지(1998)

오늘 한 직원이 어제 모 프로그램을 보면서 외국인이 본 한국인이란 주제로 한담을 했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국 사람들이 욕을 많이한다는 점, 흑인과 백인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
는 점, 강대국 사람에게 잘 대해준다는 점들이었다. 욕을 많이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을 하고 그럴 수도 있다고 여긴다. '알게 모르게 쌓인 것들이 얼마나 많으면?' 하고 마음으로 함께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다른 편견은 수긍이 가고, 그런 일들은 허다하게 보아왔으니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여러 이야기 가운데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학연, 지연, 혈연에 대한 부분이다. TV를 보지 않았으니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겠지만,


사람을 처음 만나면 무엇을 물어봅니까하고 묻는다면 열이면 아홉,
''아 그사람요? 제가 아는데..." 외에도
① "고향이 어디세요?",
② "나이가 몇이지요?",
③ "학교는 어디 나오셨어요?" 에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공기처럼 우리 사회에 살려면 익숙해지고 그냥 지나칠 일이지 굳이 심각하게 고민할 대상이 아니지 않았을까? 물론 심심해서 적당한 얘깃거리가 없어서도 이겠지만 대답에 대한 느낌은 보통 수준을 넘어선다.


곰곰히 되짚어 보면 생활하면서 조금 두드러지거나 모자란 것에 대한 평가의 기준은 대부분 이 세가지 가운데 하나이다. '아직 어리니까 그렇겠지?' ' 뭐 그럴 수도 있지 이해해야지' 이 정도 생각은 귀엽게 봐 줄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 ' 역시 감자야? 깽깽이야, 멍청도, 보리 문둥이?' 라는 수준으로 올라오면 심각하다 사람에 대한 평가의 30%이상은 이 지역차별로 묻혀 버린다. 군사문화가 가져왔다고 하기에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혈연 비슷하게 얽힌 학연에 대한 부분은 더 가관이다. 고등학교, 전문대, 4년제라는 것은 어쩌면 신라시대 성골, 진골, 6두품, 5두품을 연상하게 할 지도 모르겠다. 박사라는 명함 역시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그것이 아닐까?


학교에 대한 부분은 묻지 않았는데, 나이... 고향은 알게모르게 물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묻지 않을 생각이다. 사람을 충분히 알 때까지는 ... ... 그 사람을 올바르게 평가하는데 방해가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이에 몸에 베어버린 이 차별은 합리성이 있는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들말고 이 사람이 과연 성실한가? 일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한가? 사고가 진취적인가? 동료들을 함께 생각하는 줄 아는가? 하는 점들이 명료화하고 판단의 기준으로 될 날은 언제일까?


정말 권하고 싶은 한가지 제안은? 새내기가 들어오면 절대 위 세가지에 대해서 묻지말라고 권하 싶다. 본인을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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