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은 내리고, 양지바른 작은 공원의 의자엔 하나, 둘 사람의 흔적이 진하다. 으능정이 골목은 젊은이들로 넘치다 못해 북적인다. 지난 모임에 들른  할머니집을 찾는데, 막다른 길목엔 잘못붙어 있는 약도로 더 헛갈린다. 간신히 찾아내어 들른 2층 예약석은 오기까지의 혼돈에 비해 아늑하고 편안하다.

 
1. 오늘은 막걸리,소주,맥주 3종세트다

[정치가 우선한다] 이것 무슨 생뚱맞은 말씀인가? 책이름이나 책을 읽자고 한 사람들이나 뭐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동네 서점에도 없는 책을 선정하다니 말이다. 구즉도서관에 달랑 한권있던 신간을 정하다니!!! 하지만 구입해서 읽어온 분이 세분이나 되다니 이것 또한 생뚱맞다. 이참에 잘 되었다. 날로 먹을 수 있는 기회다.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죠. 맞단다. 맑스의 역사적 유물론과 계급투쟁에 딴지 거는 내용이죠. 맞단다. 자본주의는 주기적으로 공황이 오고 망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계급적 연대나 정당간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은 정통 맑스주의자에겐 소귀에 경읽기다. 좀더 어렵게 이야기하면 구조와 행위자(집행이라고 표현되었다. 대화중엔)에서 구조에만 치중하고 행위엔 무감각한 것으로 봐야한다.

맑스를 교조적으로 이해한 그룹은 전쟁 이후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단, 나치즘과 사회민주주의 세력만이 정치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한다. 정치적으로 똑같은 요구를 했으며 그 결과는 파시즘과 또 다른 대안으로 분기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스웨덴의 경우를 바람직한 모델로 상정한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만들어진 사회민주주의는 전혀 새로운 것으로 봐야 한단다. 케인즈주의와 유사한 것으로 끊임없이 현실로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민주주의는 정치를 통해 국가, 시장과 사회를 유기적으로 움직여 나갈 수 있는 비전이라고 한다. 발제가 끝날 무렵 이젠 [정치가 우선한다]가 조금은 감이 잡힐 듯하다. 이쯤 되어서야 뼈없는 닭갈비의 깊은 맛과 표고버섯찌개의 진한 맛이 혀와 목을 축이는 술과 어우러진다. (1인분에 6천냥, 5천냥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2. 안주는 뼈없는 닭갈비 3인분, 표고버섯찌개 2인분 추가 1인분이다

간이 발제의 느낌을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님들의 입가엔 현실과 섞고 싶은 갈증과 안달이 나있다. 책과 현실의 결이 나란히 움직인 듯 싶다. 느낌을 순서없이 물어봤다. 유럽의 그 당시 상황에 대한 보조 발제도 곁들여 이해하기 쉬웠다. 물론 인터네셔날만 기억나고 세세한 디테일은 숭숭 빠져나가 버린다. 지나치게 역사부분에 대한 서술이 많다는 점과 결론부분으로 논의하기엔 적절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사회민주주의 그거 개량 아닌가? 베른슈타인, 카우츠키, 로자 룩셈부르크 등등 정통과 관계없는 수정주의 노선 아닌가? 운동권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사회적합의인 노사정위원회도 지역별로 제안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단위로 운영하면 소모전에서 좀더 나은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었던 것 같다. 노무현정권에서 스웨덴 모델은 반짝 있었던 것 아닌가? 물론 논의가 확장된 것은 아니었다.

현재 운동의 흐름으로 보면 이런 움직임을 의미없는 것으로 박제화하거나 역사적 유물론과 계급투쟁을 경직화하여 해석할 확율이 높은 것 같다.운동동지들이 더 그럴 개연성이 있는 것은 아닌가? 자신의 이념에 세상을 끼워맞추는 놀라울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닌가?

술보다는 이야기에 취한 듯하다. 홀짝 홀짝 들이키는데 다들 긴호흡으로 술잔과 담화를 어루만진다.  좀더 구체적인 현실을 다뤄보기로 한다. 구조와 집행이란 방점으로 옮긴다. 구조만 있고 집행이 없는 현실을 빗대어 본다.


설명하고 분석하는 순간, 이미 늦었다. 복지도 이미 선점당한 것 아닌가? 코끼리를 생각하지마처럼 프레임에 갇히는 것은 아닌가? 용어에 맞대응하거나 반박하는 순간, 그 틀은 더욱 견고해진다. 진보하고 한다면 바둑의 수처럼, 몇 수를 바라보면서 용어를 만들어야 한다. 이 용어에는 사람들이 이렇게 반응할 것이고, 저렇게 반응하므로 2-3수 앞을 보면서 이런 용어를 생성해야 한다. 스웨덴의 경우도 우파의 슬로건을 좌파가 가져다 썼다고 한다.

우리가 기껏 고르는 인물들이라곤 버린 패만 있는 것은 아닌가? 진보정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이 민주당과 연합을 한다고 하면, 노동부장관과 복지부장관은 확실히 보장하게 하고, 그 기간 동안 유의미한 정치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본다.

다 잘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노후-주택-교육 모두 기본적 복지로 중요하지만, 집권한다면 교육이면 교육에 대해 5년동안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고 사회적 여파가 있도록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  



3. 밥을 비벼 먹어야 한다. 닭갈비양념이 달콤하다.

일반 국민들의 생각은 어떤가? 핀란드가 47%의 세금을 낸다고 하는데, 우리의 경우 그렇게 한다고 하면 어떻게 반응할까? 성장해야 한다. 발전해야 한다. 세금을 더 내야한다고 하면,400만원이상 수입자는 더 낼 의향이 있다고 하지만 200만원미만의 수입자가 가장 반대를 많이 한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진보의 경험이 축적되지 않아 진보세력을 믿지 못한다.  MB에게 배신당한 마음이 어디로 쏠릴까? 이젠 복지에 솔깃한 것 아닌가? 벌써 그 프레임의 주도권을 내준 것은 아닌가? 사회주의라는 표현이 왜곡되고 비틀어졌다면 과감히 쓰지 말 생각을 해야되는 것은 아닌가? 지금여기에 해석하고 분석하게 만드는 말을 쓰지 말고 느낌이 오게하는 말부터 써야 하는 것은 아닌가? 진보는 늘 해석하고 분석만하는 가분수는 아닌가? 열정으로 전달되고, 마음으로 손과 발로 움찔 움찔 미동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것은 아닌가?

 일차의 말미에 [당신은 의심을 하는 편인가?]라고 뜬금없이 **형이 묻는다. 한명 한명 콕 찍어서, 그리고 **형을 콕 찍어 의심하는 편인가?라고 **이가 되묻는다. 짚어보는 성격인가?라고 말을 달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묻다. 알게 된 것, 배운 것, 믿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다. 되짚는 것이 민주주의의 시작이자 성찰의 기본 소양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습속이 붙어 있는 이상 그것에 세상을 하나하나 끼워넣고 대상화하게 되는 것이지 않느냐는 합의였다.   



4. 맛난 이야기와 음식의 말미 나온 화두가 공동체다.

책 속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닌 공동체, 공동체의 회복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동체가 귀농이나 시골로 돌아가자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한다. 아파트가 서로서로를 알지 못하게 뱉어내는 구조라면, 시골은 일거수 일투족까지 들여다보이게 하는 틀이라 도시사람들에겐 맞지 않는다. 도시의 공동체를 이야기한 사람은 많다. 사적공간의 보장이란 요소와 맞물려야 한다.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면 어떨까? 바로 옆 **가 활동을 하고 싶어도 도와줄 일이 없다. 시민재단이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살림살이를 겹쳐 논의할 수 없는 우리의 나약한 현실이 들여다보이는 것이다.

정말 많은 돈이 들까? 느슨하지만 하고싶은 하는 기본적인 물적토대를 만드는 것도 한 꼭지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뱀발.  

1. 지난 모임의 말미 진보세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권력의지가 논의되었다. 너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지금은 진보세력이 무장해제를 하고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선배그룹도 후배들을 어떻게 챙겨야하는 것인지 이야기조차 하지 않는다. 여기도 정치가 우선이다. 현실을 만들어내는 일들은 늘 당장의 몫이다. 뒤이어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의 선술집과 맥주 한잔과 나머지 이야기를 보탠다. 

2. 다음은 통영이다. 좋아하는 시나 소설 한점씩 나누면서 바닷가에서 점점 박히는 섬들을 보며 한잔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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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부 2011-03-14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어제모임이 눈에 선하군요...ㅎㅎ..고생하셨삼

고니 2011-03-17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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