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만입니다. 지난 한 보름전 일터의 일거리로 만주땅을 다녀왔습니다. 몇가지 흔적을 남깁니다.
2. 만주땅에 대한 몇가지 스케치
" 일송정 푸른솔은 늙어늙어 갔어도/한줄기 해란강은 천년두고 흐른다."
1/3의 사람, 1/3의 자전거, 1/3의 차가 도로에 뒤섞여 있다. 신호등도 보기드물고 그렇다고 경적소리도 요란한 것도 아니고 서로 무덤덤하고 바쁘게 엇스치고 있다. 흙벽돌 건물도 연신 부수고 짓고, 노래방, 음식점 들로 정신없다. 시정부 관료들의 활발하고 긍정적인 사고 속에는 한국을 받아들여야 된다는 의무감 반, 존경이 반반 섞여있는 것 같다. 그리고 돈을 벌어야 된다는 것에 아무것도 이의를 제기하는 것 같지 않다. 고급가구로 놓여있는 집들, 상대적으로 많은 소득은 한국제 양복이나 옷매무시에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거리의 패션도 뾰족구두와 남조선표, 남조선표 방송에 목을 길겡 내밀며 시청하고 있는 모습. 즐비한 노래방 및 싸우나를 비롯한문화수입은 가히 놀랄만하다. 한 관료의 표현을 빌리자면 '하루차이'라는 말이 맞을 듯하다. 그리고 여행객에게 익숙한 물건 바가지 씌우기 - 혼자 관광을 하면 어눌한 표현덕이 현지사람 구매가 보다 아무리 싸게 사보았자 두배이상의 가격으로 구입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
말을 바꾸어서 유학생 교육에 관심있는 재일교포 한 교수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문화원이나 교육에 대한 투자가 인색할 뿐아니라 유학을 온 학생들 가운데 계속 공曠求?사람이 없고 부모의 답변도 돈벌러갔는데 무슨 공부냐라는 반응이 태반인 것을 심각히 우려한다. 십여년 이상 일본,한국, 연길을 왕래하면서 느끼는 점은 미래나 문화에 대한 고민은 갈수록 없어진다는 말씀은 일리가 있어보인다. 오히려 연변에 대한 애착은 관료나 일부 교수진들이 더 적극적인 것 같다. 하지만 이들 역시 성장에 방점이 찍혀져 있는 것 같다. 수입의 반이상이 한국, 일본, 미국에서 외화벌이 덕에, 그리고 관광객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원인제공의 한몫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한가지 드는 생각은 거리의 사람-차-자전거의 뒤섞임만큼 혼란스러운 것 가운데 하나가 거리의 모든 간판이 우선 우리말표기를 반드시 하도록 되어있다는 것. 음식이 고급요리관이라는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접근용이하고 다양함에 대한 자부심(개장터의 요리만 하더라도 만두에서부터 갖가지, 콩요리만 하더라도 삭히고, 압착국수부터, 껍질요리까지 소힘줄에서부터 상어요리까지) 색깔, 순박함이나 명확한 의사표현이나 의견개진력의 우수함 등이 어쩌면 경제력에 뒤진다는 이유로 감추어진 우성인 것 같다. 아니 괜한 열등의식으로 전화할 수 있는 우성이 아닌지? 우성으로 내밀어도 전혀 꺼릴 길 것이 없음에도 말이다.
3.
류경호텔은 일본과 북한이 합작한 연변호텔로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노래방 문화에 익숙한 한국사람들이 접대원동무들에게 혼쭐이 나는 곳이기도 하다. 평양 연희대학(?) 소속으로 졸업후 파견근무를 하는 곳으로 연주, 노래, 매너가 가히 프로수준이다. 자존심과 조국에 대한 자부심은 손님들을 아연하게도 하지만 유창한 말솜씨, 한차원 높은 격은 조장동무의 보이는 관심만큼이나 문화역량의 높음은 박제화된 민요를 살려놓고, 갈라진 한쪽 반도에 대한 감상에 젖게 만든다. 먹거리는 쏘가리회, 홍어회, 감자떡, 불고기, 신덕샘물 외 연길과는 조금 달리 더 구미에 당기는 맛과, 남남북녀라는 말을 실감할 수도 있는 곳이다.
4.
우리 놀이문화에 대해 되새김.
단체여행 그것도 남자들만의 여행, 그리고 여행담을 들으면서 참 여러 가지 생각 때문에 흔적을 남긴다. 일상의 뒤풀이 문화도 오랜만의 친구들, 동료들의 만남 가운데 노래방, 단란주점의 언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왜일까? 그리고 짧은 기간의 외국 단체 여행 가운데 일탈하는 모습은 어디서 연유하는 것은 무엇일까? '예비군 정신' - 군대의 경험은 과연 무엇일까? 박노자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혈기왕성한 젊음을 음담에 익숙해져 군제대한 뒤, 예비군 훈련에 본능처럼 살아오르는 여지없이 본색(?) = 일탈과 과거를 몸에 익은 여색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된다. 게기고 시키는대로 하지 않고, 아가씨들 지나가면 괜한 기분과 농담들이 살아나는 것은 아닌지? 일상에서 줄어든 표현은 단체행동과 다른 집단에서 이상할 정도로 재생하는 것은 왜일까?
몇번의 출장이나, 출장 경험담을 들어보면 비단 우리만의 문제만이 아닐 것이다 스스로 위로해보지만 나이 차이를 떠나 집단의 행동수준은 가히 놀랄만하다. 가족과 격무에서 해방되었다는 느낌과 남자들만의 공간이기 때문에, 아니면 익숙해져버린 접대문화 덕에 사고의 센서는 성적인 것으로 한정되거나 아니면 무슨 무용담을 만드려는 것처럼 안달이라는 느낌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연길에서 유난히 눈에 만이 띄는 것은 노래방이다. 우리에게 손쉬운 돈벌이가 된 것처럼, 접대와 일탈의 문화, 씀씀이의 문화는 말할 것도 없이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사진들은 크기를 줄여서 올려야 되겠군요. 다음으로 미룰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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