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년

10 년은 자신에게 말할 것이네
10 년은 우리에게 말할 것이네
10 년은 모두에게 말할 것이네

친구들에게 길지만 짧은 세월이라고
아이들에게 짧지만 긴 세월이라고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시간이었다고.

지난 10 년은 내몸에
들국화도 피우고, 장미도 피우고
가시나무도 키우고, 백합도 피우고
뿌리 깊게 내릴 줄 몰라 얻기 쉬운 물만 찾아다녔지

지난 10년은 내몸만 추스려
나의 나무만 알았지 숲이 어디있는지,
내 옆에 어떤 나무가 살고 있는지
그저 황량한 할 뿐이라고
발밑의 낙엽들이 답답하기만 했던 것이지
그저 목 길게 내밀어 하늘의 볕만 쳐다보려했지

앞으로 10 년은
장벽같은 시간들이 어떻게 요동칠지 모르지만
목을 감싸고, 발을 감기우고, 숨을 가쁘게 할지라도

나보다 남에게 더 쓰고 싶은 시간
세상의 갖은 때묻히고, 살아숨쉬는 방법을 아는 시간들
우리 삶의 유영(遊泳)이 좀더 세련된 시간들로 채워졌으면 해

한 칠십이 되어 무엇을 할 수 있는
그런 여유로움이 스며있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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