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벽에 걸어둔 양파자루에서 싹이 났다 1)

저기둔 너-나사이에 싹이 나 

비켜둔 모임에 싹이 나 

버려둔 세상에 싹이 나

 

봄은 이렇게 불쑥 오는거죠 

아*** 모임과 일터일이 겹쳐 점심 짬을 내어 이동하는데 라디오 전파를 타고 토종목련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목련과 달리 보다보면 은은한 맛이 일품이다. 툭툭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길고 오래 볼 수 있는 또 다른 맛이 있는 산목련이야기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건전할 것이라고 멘트를 챙기는 MC의 맞장구를 듣다 목련소식을 전한 이가 시 한편도 건넨다. 장석남의 시란다. 앞 뒤가 중동나고 1)의 대목만 선명하다. 벽에 걸어둔 양파자루에서 싹이 났다. 봄이 그렇게 성큼 오기도 하는 것이라면 좀더 봄 소식이 짙어지면 좋겠다 싶다.  봄꽃은 벌써 겨울을 이겨낸 이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냉이도 겨울빛을 조금조금 렌즈처럼 모아 터뜨릴 듯한 기세이겠다. 집가 산책길 영춘화도 몹시 궁금해지고 벗들도 궁금해져 교통신호가 겹치는 틈을 타 조금조금 남겨 문자로 전한다. 

벗은 청매화 싹을 건네고, 어느 벗은 바람이 울부짖으며 마지막 몸부림을, 어느 친구는 양파가 싹이 나도록 내버려두지 말라고 한다. 난해해 머리가 아프다고도 한다. 

 

2. 몸마실 

봄은 이렇게 말랑말랑해지고 아질아질거리고 그 벽과 경계는 점점 얇아져 어느새 번질 것이다. 강변으로 마실삼아 물결에 봄을 담은 햇살을 한두 종지 담아 물살에 뿌린다. 강여울은 햇살로 번진다....그렇게 몸에 땀이 얇게 비추이는 동안 달님을 반긴다.  5k 40'

--[장석남 소일 逍日]--

 

 뱀발. 정확한 시구는 '벽에 걸어둔 붉은 양파자루 속에서/푸른 싹이 올라왔다'이다. 문자를 보낸 이 가운데 남자는 두명이다. 시가 막 좋아졌다는 친구와 시인. 그런데 막상 남친에게 이 같은 일이 남우세스러울 것이기에 가끔 시도를 하다 멈춘다. 일을 나누는 것도 좋겠지만 등푸른 가슴을 나누는 것도 좋겠다 싶다. 날것이 느낌의 실시간으로 전송되면 좋겠다. 그래서 아픔도 기쁨도 해석하는 것이 아니가 뜨겁게 가슴과 몸으로 느꼈으면 좋겠다. 이것은 오로지 내 느낌을 증폭시켜 간직코자 하는 수작이다. 다른 이가 수작을 걸어준다면 그 느낌의 핫라인을 개설할 의향이 있다. 느낌의 연대로 나아가는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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