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첩되는 일터모임 사이로 몸챙기기가 쉽지 않다. 한보따리 빌리고 묵힌 책들을 두고 휴식과 쪽잠들 사이, 책과 생각마실을 다녀오다. 하루는 눈도 익은 저녁 무렵 가벼운 산책을 하다. 목련, 은행, 단풍, 벚나무의 실루엣에 흠씬 마음을 주다나니 아련하다. 돌아오는 길 가로등에 비친 그림자들은 흰눈이 은은히 그림자 속에 되번지어 수묵을 친 듯하다. 4k 30'
#2. 처가 모임, 신년 인사겸 저녁을 함께하는데 시간은 접힌 듯 처사촌동생들 결혼소식이다.


#3. 박노해의 신작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김행숙의 [타인의 의미], 박이문선생님의 [고아로 자란 코끼리의 분노] 시를 겹쳐본다. 박이문님의 시는 외려 청춘의 시같고, 박노해의 시는 여전히 비장미가 서려있고, 김행숙님의 시는 곰익어 있다. 느낌이 다른 듯 좋다. 순서와 서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다 일상을 다독이고 뜨끔거리게 만들고 기대게 만들어서 서로 좋다. 안타깝지만 [해어진마음에 꽃이핀다 ] 느낌이 일지 않는다. 선교용으로 많이 팔리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4. 이경신의 [철학하는 일상] 담담한 필치로 일상을 실험하면서 바꿔가는 삶을 담았다. 앎과 삶, 그 사이 함을 넣었다. 누구나 쉬울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자신의 함을 꼭 해야한다고 당위를 넣지 않아 좋다. 2009년과 2010년 봄이 나기 전까지 일다의 잡지?에 연재한 것을 바탕으로 했다. 꼭지마다 참조한 책소개를 넣었고 많은 부분 겹쳐서 좋았다. 걷기와 자연의 교감에 대해 더 공감 폭이 크기도 하고 말이다.

#5. 박성숙의 [독일교육이야기]를 보면 느끼게 되는 것이 우리의 교육이 겉만 핥게 한다면, 그들의 교육은 깊이를 느끼게 한다. 교과에 있어 몸에 익을때까지 익숙하게 만드는 과정이 있다. 그런면에서 보면 우리 교육이란 것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가기도 전에 멈춘다. 미술비평도, 철학도, 요리와 생물, 성교육부터 더 이상 손과 발 몸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삶의 양이 아니라 질에 있어서도 감질나게 하지도 못하고 아예 낯설게 만들어 물리게 만드는 것이 목적인 듯한 평은 과도한가?

#6. [반자본발전사전]은 생각보다 못한데, 1992년의 저작이기 때문인 듯하다. [요구]편이 이반 일리히라 그 장을 전후로 살펴보는데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것인지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7. 루쉰의 [야초], 이런 류의 글은 다시 쓰지 않겠다고 했다한다. 산문시로 느껴지는데 비통함과 침통함은 어쩌면 저기 박이문님의 느낌과 닿아있다. 숲을 거세해 코끼리를 죽인 벌로 부모없이 자란 코끼리의 반격으로 시작하는 시는 낯설고 어쩌지 못하는 지금을 담아내고 있다. 비루함, 절망저켠을 그려낸다. 답답하고 쓰리다.
#8. 그리고 [이론이후]와 [유아기와 역사]는 겹쳐읽으며 중간을 넘어서고 있다. [이론이후]는 무척 경쾌하게 읽힌다. 그 속도감은 적절하면서도 톡톡튀는 비유이기때문 인 것 같다. 동시대를 살면서 이론이 집어내야할 것을 조목조목, 시대의 흐름과 비교정리해두었다. 흥미진진하기도 하여 테디 이글러의 책들을 더 보고픈 생각이 든다. [유아기와 역사]는 여전히 어려운데 그래도 논지가 흔들리지 않아보여 참고 읽다. 인류는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