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계절 꽃길이 담겨있다. 동백도 산수유도 진달래도...지나친 구절초도 그립다. 마음은 벌써 봄 꽃길을 거닐고 있다. 밖은 눈발이 짙어지는데 말이다. 젊은 기자와 사진기자 부부의 삶도 상쾌해 보인다.

[새로운 에너지 옵션들]/[흐름으로 설계된 건물들] - 생각지 않았는데 에너지를 얻거나 과학적 성과를 활용하는 방법을 물리/화학에 멈추지 않는다. 식물학, 동물학의 결과를 적절한 비유와 사실들로 개략적인 스케치를 해두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봐야겠지만 원리나 사실들이 확인된다면, 개념이나 과학적인 응용이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면서 작은 기술들을 결합하는 방향이어서 고민을 해둘 부분이 많은 것 같다. 흐름으로 설계된 건물들의 지난 건축공방의 일련의 설계개념과 유사하지만 좀더 과학적인 사실들을 활용할 여지를 두고 있다. 세부 공부가 이어지면 나름대로 세부 대안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관점들을 꼼꼼이 챙겨보면 괜찮을 듯 싶다.
[사랑예찬]은 대담을 녹취 편집한 것이라 그리 읽기는 어렵지 않다. 한편 [세속화예찬]은 해제를 읽지 않으면 연결되지 않아 곤혹스러울 수 있다. 해제에서 지나친 몇가지들을 건질 수 있을런지... 우연히 도서관에서 옆의 책을 보게 되었는데 [사랑예찬] 속편 처럼 풍부하고 새롭다. 방대하기도 한데 마음 속에 살아움직이는 인류의 경험을 세련되게 서술이 잘 되어있다. 고민을 지금 동시대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어디 다른시대 다른 곳에서 어김없이 같은 고민을 하거나 살거나 한 부분이 많다. 여기서만 찾으려 하지말고 저기에서 생생한 서술을 느낄 수 있다면 지금을 다시 볼 수 있다고 한다.
[사랑예찬]의 사고의 울타리를 잠시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예찬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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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나를 "높은 곳"으로 인도하지 않으며, 더구나 그 나머지 것들을 "낮은 곳"으로 데려가지도 않습니다. 사랑은 실존적인 제안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랑은 단순한 나의 생존 충동이나 내가 잘 알고 있는 이해관심에 비추어, 탈중심적 관점에서 어떤 세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34
사랑은 개인인 두사람의 단순한 만남이나 폐쇄된 관계가 아니라 무언가를 구축해내는 것이고, 더 이상 하나의 관점이 아닌 둘의 관점에서 형성되는 하나의 삶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제가 "둘이 등장하는 무대"라 일컫는 것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그저 단순하게 사랑의 시작에 대한 물음이 아니라, 사랑의 지속성과 그 과정에 대한 물음들에 늘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41
사랑의 낭만적인 개념은 사랑을 소진시켜버린다. 불타버리고, 소진되며, 동시에 소비된다. 여기서는 기적의 범주에 속하는 존재의 강렬함, 완전히 녹아버린 하나의 만남이 도래한다. 사랑이 이렇게 전개될 때 우리는 "둘이 등장하는 무대"가 아니라 "하나가 등장하는 무대"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서로를 통합해버리는 사랑 개념이다.41(철학이 아니라 예술적인 신화)
사랑은 끈덕지게 이어지는 일종의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모험적인 측면은 사랑에 필요한 것이겠지만, 한편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끈덕짐을 덜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가족이라는 세계를 창조하는 순간 사랑이 전적으로 완성된다거나 실현될 것이라는 생각은 그다지 만족스런 설명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세계가 사랑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을 전적으로 가족으로 환원할 수 없다는 뜻이다..."지속성"이라는 표현도 서로가 항상 사랑하며 또는 영원히 사랑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삶에서 지속되고 있는 여러 다른 방식을 사랑이 창출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사랑은 삶의 재발명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재발명하는 것, 그것은 바로 이러할 재발명을 재발명하는 것이다. 44
기적적인 만남의 순간은 사랑의 영원성을 약속한다. 하지만 덜 기적적이고 훨씬 더 '힘들여 노력하는' 영원성의 개념, 다시말해 단게별로 집요하고 끈덕지게 이루어진 시간적 영원성의 구축, 둘의 경험의 구축을 제안하고 시도하는 것이다. 만남의 기적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가 만남을 고립시켜버리거나 매 지점에서 구축된 진리의 저 힘들여 노력한 미래로 그 방향을 돌려놓지 않는다면, 만남의 기적은 초현실주의 시학에만 속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90
"힘들여 노력하는"이라는 말은 단지 기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도 주된 업무가 있는 것이다. 늘 활동 상태에 놓여 있어야 하며, 주의해야 하고, 저 자신이나 타자와 함께 결집되어야 하는 것이다. 생각하고, 행동하고, 변형시켜야 한다. 90
욕망이 즉각적인 힘이라면, 사랑은 정성과 재연을 요구합니다. 사랑은 반복 체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94
어떤 사랑으 진정한 주체가 사랑을 구성하는 개인들의 만족이 아니라 커플의 변화라고 인정한다면, 사랑은 이런 의미에서 코뮤니스트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가능한 정의 가운데 하는 바로 "최소한의 코뮤니즘"일 것이다. 97
연극 - 언어를 대가로, 관념을 대가로 해서 자기 고유의 육체를 표출하는 것에 대한 특이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온갖 고독을 넘어서 세계로부터 존재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모든 것과 더불어 포획되는 것입니다. 이 세계에서 저는 타자와 함께하는 행복의 원천이 나에게 주어지는 것을 직접봅니다. "나는 너를 사랑해"는 내 존재를 위해 네가 있는 그 원천이 이 세계에 있다는 것이 됩니다. 이러한 원천에 담겨 있는 물속에서 저는 우리의 기쁨을, 그러나 무엇보다도 너의 기쁨을 봅니다. 말라르메의 시에서처럼 [물결 속에서 발가벗은/네 기쁨에 이른 너를] 저는 봅니다.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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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올해의 책을 고를 겸 지난 흔적을 보니 새롭다. 유난히 집히는 책들이 많은데 세세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책들은 여러 새로움들을 밀고 가는 듯하다. 세상은 아직 요지부동인 것 같아도 말이다. 어느 책을 고를까 고민중이다. 밤은 깊어지고 눈발은 더 내리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