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발. 1. 일터 송년 모임이 이어진다. 신랄한 경쟁들, 어떻게 변해가는지도 모르고 생활이 고여 피우는 냄새도 사람들은 인지하지 못한다. 비루한 일상의 끝자락을 길게 끌기만 할 뿐 매듭지어지지 않는다.  다른 모임도 참석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 책꾸러미가 반갑다.  

바디우는 [조건들]에서 사랑을 다룬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철학이 새롭게 정립할 것을 요구한다.  친밀성, 가족, 사람 사이에 대해서 말이다. 그가 다시 가족의 기원을 상기하며,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 다시 논의하지 않음을 섭섭해하고 있다. 자본에 침잠해서 그 근원을 사고하지 않음을 이렇게 이론으로 다시 불러내고 있다.

조지오웰의 책을 놓치다가 이렇게 다시 펼쳐든다. 오웰 생각을 하면 루쉰과 겹친다. 그러면서도 오웰은 지식인의 길을 저기 몸의 길로 열었다는 생각을 한다. 온몸으로 생채기를 내면서 지식인들이 이렇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을 밝힌다고 여긴다. 머리만 몸만 서열과 순서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만나 한몸이 될 때에서야 아주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 면에서 지식만 발라낸 것을 머리삼아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좀더 구체적인 방법이나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 아마 아감벤의 책이라고 여긴다. 경험을 발라낸 지식에 대한 맥락, 그리고 세속화 예찬이라고 일컫듯이 그 방법에도 눈길을 주어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숲을 지나다보면 우리 일상과 접목시킬 수 있는 묘안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론이 근육이라고 한다. 포스트 모던하거나 해서 해체를 주장하지 않고 맹목적인 근대를 재구성해야한다고 하지말더라도 지향이 선명해지면 그에 못지 않은 근육이 필요하다. 육체미와 여성미를 강조하는 근육이 아니라 현실을 다뤄내어 삶들 사이를 채워나가는 삶근육이란 측면에서도 이론이 필요하다. 

뱀발. 2. 책을 보기전 선입견을 미리 놓는다. 시간들이 뭉쳐졌으면 좋겠다. 화살처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느낌과 공간, 경험을 담고 있는 시간들이 꼭꼭 뭉쳐져 푸른 새싹을 틔워냈으면 좋겠다. 좀더 다른 세계가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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