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송년모임으로 몸이 무겁다.  주말 홀로 있는 일터, 트이지 않는 마음에 책장 넘기기도 쉽지 않다. 달림도 달님도 궁한 저녁 모처럼 산책을 나서다. 달님은 언듯언듯 구름사이로 빗나가길 여러번 하더니, 이내 포근한 저녁밤은 빗방울이 비친다. 걷는 걸음 사이로 버스 정류장에 걸린 시가 끌린다.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


앞섰거니 하야

꼬리 치달리여 세우고,


종종다리 까칠한

산새 걸음걸이

 
여울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다.


멎은 듯

새삼돋는 빗낯.


붉은 잎잎

소란히 밟고 간다.

 

 정지용의 [비]다.  무심함을 아는 듯 비는 촉촉 마음을 비친다.  겨우 몸에 비치는 땀방울이 낯설고, 이렇게 정신없이 부산함은 철겨운 내 마음 같다. 한겨울에 비라...마음이 소란히 간다. 5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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