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끌고
      여름 저녁 천변 길을 슬슬 걷는 것은
      다소 상쾌한 일
      둑방 끝 화순집 앞에 닿으면
      찌부둥한 생각들 다 내려놓고
      오모가리탕에 소주 한 홉쯤은 해야 하리
      그러나 슬쩍 피해가고 싶다 오늘은
      물가에 내려가 버들치나 찾아보다가
      취한 척 부러 비틀거리며 돌아간다
      썩 좋다
      저녁빛에 자글거리는 버드나무 잎새들
      풀어해친 앞자락으로 다가드는 매끄러운 바람
      (이런 호사를!)
      발바닥은 땅에 차악 붙는다
      어깨도 허리도 기분이 좋은지 건들거린다
      배도 든든하고 편하다
      뒷골목 그늘 너머로 오종종한 나날들이 어찌 없었겠는가 그러나
      그러나 여기는 전주천변
      늦여름, 바람도 물도 말갛고
      길은 자전거를 끌고 가는 버드나무 길
      이런 저녁
      북극성에 사는 친구 하나쯤
      배가 딴딴한 당나귀를 눌러타고 놀러 오지 않을라
      그러면 나는 국일집 지나 황금슈퍼 앞쯤에서 그이를 마중하는 거지
      그는 나귀를 타고 나는 바퀴가 자글자글 소리내며 구르는 자전거를 타고
      껄껄껄껄껄껄 웃으며 교동 언덕 대청 넓은 내 집으로 함께 오르는 거지
      바람 좋은 저녁 

         김사인 詩 


전주한옥마을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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