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손장섭님의 그림을 보다나니 문득 남쪽이 겨워 나오는 것이다. 월출산도 영암도 목포앞바다, 남해바다에 화가의 시선과 나란히 음미하게 된다. 그립고 사무친다. 발걸음이 내달릴 듯 마음이 재촉한다. 산도 길도 가보지 않은 곳을 미리 음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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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송필용님의 그림을 모으다보니 질투도 샘도 난다. 시선이 머무는 곳의 마음이 머무는 곳이 겹치는데 저리도 기가막히도록 잘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마음의 깊이는 조금은 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달님도 꽃들도 가는 곳에 그리움을 잡아내고픈 갈증들이 그러한 것 같다. 그 갈증이 몸으로 각인될 쯤, 아마 한 뼘만큼의 감수성도 자라고 있을게다. 쭉쭉뻗은 죽녹원과 소쇄원의 대나무들도 그립다. 달님이야 이곳에서 한웅큼 건져내면 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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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제 일터회의를 하는데 불쑥 엊그제 모임에 들었던 생각이 비집고 나온다. 감정을 그림처럼 그리거나 남이 알게하는 일이 필요하겠다. 감정을 언어로 다루어 깊이를 미리 펼쳐놓는 일이 필요하다. 그렇게 회의중간에 메모를 남긴다.( 받아드릴 감정의 양이 아니라 감정의 질을 고려하고, 던지는 감정의 표현을 미리 묘사해 볼 것. 예를들면 쇠고기를 파는 입장에서 사러온 사람에게 어떤 어떤 부위들과 신선도를 상대방의 표정을 고려해 미리 좌판을 벌리고 생각할 틈보다 빨리 알려 선택이 뻘줌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이어본다. )
아빠! 지금 하신 말 명령이야 부탁이야 아니면 낚으려는거야. 아빠! 너무 열공해서 힘든데 쥬스한잔 프리즈!! 아빠!! 아무래도 수상해, 연애하는 것 같아. 이번엔 누구야? 목련, 은하수, 메꽃... 이번에 누가되어볼거야 몸의언어를 배우고싶다고 장애,성소수자,이주노동자... ...
서샘의 멘트가 걸려 다시 뱉어본다. 설겆이를 하든 심부름을 시키든, 좋음과 싫음 사이에 넘쳐날 수 있는 여러가지가 존재한다. 어린아이에게 명령인지? 권유인지? 사랑인지? 서로 배울 기회를 갖는다는 일은 또 다른 문화를 길러내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가부장제의 분위기가 커피심부름이든, 설겆이든, 가사일이든 기계적인 일의 동작이 아니라, 거기에 붙은 감정들과 표현법을 살림으로써 수직적인 관계가 뒤틀리고, 아이에게서 부모로 감정의 역류가 생길 수는 없을까?
#4. 감정의 세세한 결을 구분하고, 감성의 세세한 결을 미리 표현해낸다. 아마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열가지 스무가지로 등급을 나누어 예민해지는 것처럼, 그렇게 일상을 가지치듯 여러느낌들을 분류하기 시작한다면 좀더 풍부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뭉뚱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스스로가 색의 프리즘처럼 일상의 느낌을 분리하고 표현해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평등의 시선으로 관계를 증폭시키는 일이기도 할 것 같다. (사실은 사적인 것을 그리 신경쓰는 편이 아니다. 먹는 것도 가리지 않고, 입는 것도 가리는 편이 아니고, 더 더구나 격식에는 부담을 느끼는 편이다. 구분에 명민하거나 예민한 분들에게 죄송스러운 일이나 무시는 아니나 왜들 그렇게 어렵게 사는지의 맘속 핀잔들을 준 것은 사실이다.)
기분나쁘다-기분묘하다-기분징하다-기분짱이다
4.1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흔들리는 천을 보면 느낄 수 있다. 감정도 보이지 않지만 듬성듬성한 천부터 잠자리날개같은 얇은 천으로 미풍을 잡아내듯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4.2 친하다-좋아하다-사랑하다-이웃하다 의 사이 적절한 표현을 만들 수는 없을까? 친하지만좋아하지는 않다.이웃하고친하다. 친하지만이웃하지않는다.이웃하고좋아한다.좋아하지만사랑하지않는다.사랑하지만이웃하지않다.친하고이웃하다. (밥먹는사이,차나누는사이,같은책을읽고나누는사이,고민을섞는사이,한달에한번전화하는사이,진로를이야기하는사이,연애상담만하는사이처럼 거래의 조건이 달린 구상에서 추상으로 좀더 번지면 어떨까?)
4.3 관계를 맺는다는 일은 이렇게 예민함이나 촘촘함의 폭과 세기의 문제는 아닐까 한다. 음악, 시와 그림의 맛을 느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해내는 것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다. 너무 한쪽만 바라보고 살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4.4 관계를 확장하는 일은 관계를 표현하거나 구분해내는 일이기도 하다. 관계를 지난 낡은 구속이나 표현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 구속을 풀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4.5 부모와 자식의 사이라는 것도 해야하는 역할에 강박처럼 매이는 것이 아니라, 싫은 것과 좋은 것 사이, 명령의 동선이 아니라 느낌을 표현하고 새로운 어법이나 호와불호의 제3지대에 다른 언어를 유통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아빠 (엄마) 힘들긴 한데 삶의 무게 혼자 감당하는 것은 남자(여자)들이 꼭 해야할 일이 아니잖아요. 굶긴하겠어요. 인생 같이 살아가는거잖아요.
뱀발. 1. 지난 모임들 사이 [관계맺기]란 꼭지의 발표가 있고, 정말 몇년만의 갈증들이 언어로 나와 기쁘기도 하다. 곱셈까지는 아니더라도 덧셈이란 말이 몸에 붙어 모임에 걸어다니는 일들이 그렇게 힘들다. 관계가 자라기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 관계가 머리 속에서라도 꼼지락거린다면 좋겠다 싶다. 정해진 울타리를 벗어나거나 주체가 아니더라도 존재를 뒤틀고 바뀌게 하는 일에는 많은 시도가 따라야 하는 것 같다. 우정도, 사랑도....상품이나 돈의 의중으로 묶이는 상품화된 관계가 아니라면 무엇일까? 어찌 사는 것이, 어찌 교행을 하는 것이 괜찮은 것인지...
2. 모임길에 보았는데 생각만 못하다. 제목이 걸린다.
3. 손장섭님 그림 조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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