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밖으로 난,ㄴ,ㄹ 길
#1
꿈속에서도 그 밖으로 난 길을 가본적이 없다. 꿈에서도 꿈으로도 그 길을 꿈꿀 수 없다. 갈 수도 없다. 넘어설 수도 없다. 고속도로같은 KTX같은 그길은 그 길을 가로지르는, 그길을 뛰어가는 주부를 먹어치우고 어머니를 먹어치우고 아버지를 그 도로에서 횡사하게 한다. 아버지는 없고, 어머니도 없고, 주부도 없고, 끊임없이 서로 먹어치우는 꿈 속에서 깨면 그 독이 올라 신열을 앓은 땀방울마저 그 냄새로 흥건하다.
#2
그 밖으로 난 길이 있을까. 그 밖은 어둠과 같아서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더듬거리며, 어쩌면 지난 날 청춘을 베개삼아 뛰놀던 길일텐데. 왜 보이지 않는 것일까? 안해를 갖고 남편을 갖고 아이를 갖고 또 다른 학교를 갖고 어머니가 되고 학부모가 되고 들어서서 가는 길만 보이는 것인지. 그것 밖으로 길이 생길 수 있을까. 생긴 길들은 어느 새 잊혀지거나 길이 아니라 하는데. 또 다른 길이 생기고 잊혀지고 점멸하는데. 그 밖으로 난 길이 있을까. 그 밖으로 난 길이 조금씩 점멸하고, 점멸하는 사이사이 이어진 작은 길이 안개에 흐릿하다. 그길은 몸으로 가는만큼만 보이고 보인만큼만 키가자란다.
#3
네가 오는 길이 없다면 내가 가는 길도 없다. 늘 길이 생기는 속도보다 길이 없어지는 속도가 빠를테니 현실은 늘 있어도 없다. 너가 오는 길 내가 가는 길 [너-나]가 마음 닿는 길 [나-너]가 꿈속에서 만드는 길 [너-나-너]가 꿈속에서 만드는 길의 속도가 그것이 생기는 속도를 넘어설 때 흐릿한 현실의 길이 보이고, 현실의 흐릿한 길들이 점멸하지만 다시 네가 오는 길이 없다면 내가 가는 길도 없다. 늘 길이 생기는............[나-너-나-너]........[너-나-너-나-너].....
#4
그것으로 난 빌딩과 숲 사이로 작은 길, 작은 길 그것 밖으로 난 길가에 삶의 가로수 하나 하나 이어져 그 길로 또 다른 사잇길, 그 사잇길로 걸어가면 또 다른 삶의 과일나무 한그루. 지쳐 시들은 삶의 나무에 그것 밖에서 난 청량수 한 모금. 그렇게 길을 가다보면 만나는 또 다른 길. 그 길은 그것밖에서 오고, 그것을 줄인만큼의 양분을 머금고 되자라서 만나고 다시 그 작은 길을 걷다가 그것으로 난 빌딩과 .... ....그 사이길로 걸어가면 또 다른 길을 만나고 또 다른 삶의 나무 또 한그루.................그 사이길로 걸어가면 또.............청량수 한 모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