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딴지꽃 - 흐드러졌다. 여기저기 소로를 따라 쭈삣쭈삣 뻣은 것이 볼만하다. 실개천가에 핀 꽃은 냇가를 쳐다보고나니 노랑이 흠뻑 젖어 오른다. 뚱딴지꽃이 물에 번진 그림도 볼만하다. 십여일전 우연히 걸린 이름이 혹시나 하여 찾아보니 그 꽃이다.  

 

조롱박꽃 - 은은하고 수수하다. 불볕햇살에 검은 테가 오르는 듯,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한번 손으로 더듬다가 그 감촉이 잊히지 않는다. 사진을 담지도 못하고 이리 마음으로만 애틋하다. 

 

뱀발.   

1. 일요일 느지막한 시간에 행복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불행도 삶도 낯선 이국의 언어도 가져오다가 속내를 좀더 깊이 들여보다 헤어진다. 마음이 종이에 배듯 아픔이 묻어나기도 했을 것이며, 딱히 보니 이렇게 모이는 것이 행복이다 싶고, 늘 먼 저기에서 갈망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하는 후회도 해보는 것이다. 노신도 다녀가시고, 데카르트도 왕림해주시고 하다가 밤은 익는다. 그리고 몇은 남고 몇은 뒷그림자를 남기며 헤어지다......아침 낯익은 이에게 낯선 문자를 받고 덜컥하는 것이다. 광장과 밀실, 그리고 더 더욱 운신이 폭이 작아지는 밀실의 삶을 탓하다가 그래도 앎이라는 것이 저리도 넓게 세상을 가로지르는 것을 보면, 밀실과 밀실을 넘나들고 경계를 낮추거나 나를 허무는 것이 그래도 잃어버린 광장을 찾는 한 방편이라는 생각이 남았는데... ... 

2. 세심함이 그래도 좀더 남아야겠지 한다. 뚱딴지가 세상을 온통 점거하고 있는 지금, 한여름 박꽃의 감촉과 애틋함이 그래도 가을을 좀더 살찌울 수 있겠다 싶다. 그려두고 싶은데 마음이 싱숭하여 박꽃과 뚱  딴지꽃을 남기지 못하고 이렇게 빌려쓴다. 밀린 일들로 마음도 생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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