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나선다.

아마 그 길은 가슴으로부터 생겨났으리라. 뜨거워지고 콩닥거리는 것을 보니 아마 그곳에서부터 시작했으리라. 뜨거움이 가르키는 저기로 밀고 몸을 데워 뜨끔하거나, 따끔한 부싯돌 불꽃같은 것이 간질간질거리다 드디어 몸밖으로 나와 걸어가는 저길로 접어든다. 걷는다.

아마 그 길은 몸으로부터 생겨났으리라. 네 손을 잡고 얼굴을 부여잡고, 와락 온기를 나누고 싶은 것을 보니 아마 그곳에서부터 그 길은 시작했으리라. 팔장을 끼고, 어깨동무를 하고 그렇게 온기의 연대가 뭉클거리다가 드디어 몸을 밀어내며 저길로 접어든다. 만난다.
 

아마 그 길은 마음으로부터 생겨났으리라. 마음이 차고, 서서히 너의 마음을 읽고, 너의 마음이 이리로 흘러들어올 무렵, 마음은 차고, 마음은 끓고, 마음은 몸밖을 나선다. 그리고 마음들은 저만치 앞서 길을 나선다. 어디쯤, 저기 머무는 마음을 만나려 길을 재촉한다. 서둔다.

아마 그 길은 손,발을 닮았으리라. 바지런을 떨고, 손끝과 발끝이 움직이는 곳으로 마음은 차고, 가슴은 뜨거워지고, 몸은 따라나선다. 쉼없는 손짓, 발짓 땀이 오르고 그늘 많은 그곳으로 길은 난다. 달린다.
 

아마 그 길은 머리로부터 시작했으리라. 안개처럼 뭉게구름처럼 다가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조금 조금 멀어질수록 선명해지는 ....손으로 잡으려하면 잡히지 않지만 보듬을수록 손을 펼칠수록 이슬비처럼, 안개처럼 서서히 가슴도, 마음도 온몸을 적시는 그 길의 초입으로 들어선다. 앎을 가장하지 않는 길로 간다. 느낀다.

길을 나서고, 그 길은 자라고 자라고 저 숲으로 향한다. 길들은 만나고 섞이고, 저 길의 끝이 어디인지 몰라도 물리도록 간다. 절벽이 주춤서더라도 아마 그 길들은 날개를 달아주고 저기를 여기로 길를 낼지도 몰라.  바지런을 떨며 길에 주춤거리지 않고 그렇게 몸으로 밀어내는 온몸에 생겨 자라는 길로 간다. 온몸이 근질거려 새순이 생기고 새길이 생겨 그리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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