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벌다, 삶에 말걸다. 삶에 말을 섞다.
'어제 물끄러미 바라본 티브이엔 한 용역 청소미화원이 소개되었다. 미화원도 아니고 앞에 용역이 붙었다. 난이도 높고 중량물이 있는 마을의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또 다시 외주를 준 셈이다. 당연히 급료도 백오십만원이라고 했다. 그는 방을 하나 얻었고, 옷 갈아입을 곳도 환경미화라는 이유로 콘테이너박스가 철거되어 사람 눈을 피해 입고 일을 한다. 저녁여섯시부터 새벽세시. 식사는 기껏해야 김치에 김이다. 투잡을 계속했는데 하루 세네시간 자는 것이 힘들어 다른 일은 그만두었다고 한다. 사연인즉 친구 연대보증으로 이천만원을 날렸고, 두딸과 아내를 멀리두고 이렇게 서울외지에서 밤낮없이 일한다. 잠깐 보고싶은 딸들과 아내가 서울로 오고 표정에서 읽히는 큰딸의 반외면과 부쩍 커버린 둘째딸과 겸연쩍은 거리, 그리고 아내의 거리감이 한눈에 느껴진다. 몇년 돈을 벌어 새롭게 시작하자는 삶에 대한 다짐과 이산... ..무엇..'.
초복 일터 저녁식사를 마치고 돌아와 산책을 나서는 길 생각이 맞선다. 그 삶은 온전할까? 그와 아내의 관계는 괜찮을까? 그와 큰딸의 거리감은 줄어들 수 있을까? 그와 작은딸, 그와 아내와 딸들과 관계, 그리고 그는 돈을 벌어 빚을 갑고......그 프로그램이, 기자가 피디가 의도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말미 이런저런 느낌이 들어온다.
삶이 그렇게 돈을 벌듯이 벌리는 것일까? 돈을 벌으면 삶이 그렇게 생각대로 되는 것인가? 삶은 그렇게 독립채산제이고 관조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렇게 가족이 알아서 할 일일까? 삶에 말을 걸 수는 없을까? 삶이 서열지워지고 좋은 삶, 부자 삶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부자든 가난한 이든 똑같이 한표라면, 삶이 공평하게 말을 걸거나 걸어야 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삶이 뿔뿔이 길을 갈라서 가는 것이 아니라 말을 섞고, 말을 나눌 수 있는 것이라면? 삶을 불러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면?
삶이 평등한 것이라면 지금까지 삶을 서로 공평하게 나눌 수 있고, 섞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래서 무수한 이들이 가면서 아니라는 길을 굳이 가는 것이 아니라면, 삶을 섞어 그래도 보살핌도 없고 상처만 생기는 삶의 길을 가지 않는 것이 그래도 살만하다면? 말을 걸 수 없는 것일까? 그렇게 뿔뿔이 흩어지는 삶이 전부가 아니라면? 개인의 복지가 아니라 삶의 복지라면? 외로운 노인들에게 수당 한푼주는 것이 아니라 삶을 말걸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게 외로운 길로 접어드는 것이 아니라 삶을 열고 섞을 수 있는 것은 뜬구름일까?
외려 별반 사회문화적 기준도 확연치 않는 개인보다는 삶의 이력이나 삶의 흔적이 더 구체적인 것은 아닌가? 삶에 말걸 수 있는 사회라면? 삶은 독립채산제가 될 수 없는 것이라면? 네 삶이 동등하게 한표이므로 네 삶의 가슴과 아픔에 내 삶을 번지게 할 수 있다면? 삶의 길에 말걸고 그것은 아니다 싶다면? 삶의 영역이 그렇게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담보에 처리되는 것이 정녕 아니라면, 삶을 놓아두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가족에 대한 인권이라면?
삶은 서로 품고 나뉘고 섞여 자랄 수 있는 것이라면?... ...
뱀발. 저녁 자리, 일터 일로 이야기를 나눈다. 가슴으로 토해내는 말들은 눈에 가려진 것들을 모두 뱉어내려는 듯하다. 몇차례 말의 갈피를 잡지만 감정을 먹은 말들은 연신 그릇을 넘친다. 그의 삶은 위태롭다. 하지만 일터는 삶이 있기나 한 듯 외면한다. 행여 삶을 기획하거나 돈의 줄기에 보탠다면 이 사회에서 좀더 나을까? 생각은 일터로 들어서기도 하고, 지금 마음 나누는 이들에게도 향하고 저기 어둠에 친숙한 별들과, 소나기를 맞은 습기에도 향한다. 어떻게 살아라가 아니라 산 것이나 살아진 것, 살아온 것이 이 묽은 습기에도 눅눅해지거나 겹치는 한지가 될 수 없는 것일까? 그렇게 삶과 삶 사이를 관통하는 것은 없는 것일까? 삶을 살아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을 도모하거나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그저 좋고 아름다운 삶에 점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아프고 허망한 삶에 말을 걸고 나눌 수는 없는 것일까? 그래서 덜 아프고 덜 쓰리도록 예방할 수는 없을까? 홀로 홀로 원자로 뿔뿔이 생각하는 미련한 사회의 망각을 되짚을 수는 없는 것일까?
가로등에 비친 목련잎과 잎들 사이 그늘이 탐스럽다. 삶들도 그렇게 빛에 겹치면 탐스러울 수는 없는 것일까? 홀로 살기보다 겹쳐사는 법은 배울 수는 없는 것일까? 5k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