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의 한가운데를 지나며, 시선을 녹이는 녹음들. 숲은 말을 걸고 있다. 진초록에  묻혀 다른 색들은 마치 없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숲의 사이사이 나무의 실루엣에 시선이 멈추어 서면, 어김없이 춘삼월의 혁명이 거기에 있다. 새순은 어김없이 그렇게 무장무장한 나무들에게 연두빛 덧칠을 하고 있다. 여름에, 열음에 이렇게 숲은 보고 깜짝 놀라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창을 사이에 두고 있는 살구나무는 새순을 이어 틔우고 있는데, 살구의 새순은 살구색을 닮고, 햇살을 뜸북 먹어 붉다. 붉디 붉은 새순은 점점 자랄수록 나무의 색을 닮아간다. 남도의 새순도 그러하였는데, 무더위를 뚫고 나가는 것은 또한 이 붉음이 아닌가 한다. 낙하하는 빗방울에 너무도 당당한 잎새들. 그리고 붉음을 안고 나르는 빗방울들. 여름의 미시경엔 봄이 그 주위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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