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면 문화다" 일본 문화이벤트 기획자의 책에서 읽은 요지라고 한다. 활동을 하고말고를 떠나 곰곰이 되새겨보니 맑스의 경제결정론보다 더 비장해보인다. 둘이상이면 문화측면에서 여러 상황을 되새겨야 한다고 풀이하는 친구의 말은 만만치 않다. 사회와 문화에서 정치를 발라내고, 경제를 발라내어 버린 현실에서 거꾸로 둘이면 문화다란 이야기는 그렇게 발라낸 일들을 문화로 품을 것을 의식적으로 요구한다.
그리고 몸과 마음, 또는 머리의 격차는 늘 이 문화의 부재에서 시작했으며, 그 차이는 고스란히 현실로 드러난다.
하루를 재우고 난 뒤 밑줄친 그말에 둘이상이면 민주주의다라는 수채 물감을 칠해본다. 관계라는 것도, 홀로처신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그 다음 과정이 무엇인지? 처신이나 관계를 배우는 것에 서툰 우리에게 지레 제도적 장치를 권면하는 것처럼 보인다.
둘이상이 관계를 맺어나가고 일을 하게 되는 이상, 관계와 일 사이의 무수한 공극을 낳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허점을 채울 수 있기 위해서는 의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옷이 몸에 맞지 않으므로 신발이 맞지 않으므로 관계의 익숙함이나 일들을 처리하면서 빠져나가는 공백을 메우려고 하기 위해서는 관행적인 방법이나 시선으로 되지 않는다.
뱀발.
1. 늦은 시간 친구의 카페를 오랫만에 들렀다가 번개를 맞다. 자정이 이미 지난 시간이다. 저녁 쪽잠이 있긴해서 인근 주점을 수소문하는데 들르던 곳은 벌써 문을 닫고, 몇군데만 열려있다. 오랜만의 만남이기도 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 친구도 이 서재를 조금 전에 들른 터라 이야기가 수월하다. 이런 주제로 일상을 나누다 새벽 네시가 쫓아오기 전 헤어지다. 민*당에서 문화부장을 제의한 적도 있고, 공주의 윤*관님의 이야기도 새롭고, *연이와 관계도 애틋하다.
2. 100705 일터 상가에 들렀는데 또 번개 소식이다. 많은 조문객들과 인사를 나누다보니, 얼콰해진다. 조금 먼 거리를 이동해 늦게 만나다. 노무현과 놈현, 뜨거움을 일상에 들여놓는 일, 홀로나와 우울의 파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피곤이 몸에 배인다. 그러고보니 어젠 치과엘 들렀다. 충치가 적절히 익었나보다 신경치료에 골드인레이해야 한단다. 어쨌든 치료대상이 되는 것은 좋은 경험이 아니다. 사람들 관계도 별반 의식하지 않으며 나아지는게 상책이다. 부지불식간에...
100706 문화란 마치 언어가 진화하듯 진화한다. 말하자면 그것은 '독자적인' 진화를 의미한다. '문화'라는 용어가 인류학자 모두에게 어떤 한가지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것은 기껏 그 정도 의미일 것이다. 유전적 프로그램에 얽매이지 않으며 본능에 의해 철저하게 결정되지 않는 행동형태가 있다. 문화는 생물학적 용어로는 전달할 수 없는 삶의 어떤 지평에 대해 말해준다. 유전적 특성과 문화적 전승은 정반대의 법칙에 따라 진전한다. 자연선택은 유전적 분화를 초래하는 예측할 수 없는 변이 위에서 작용한다. 그러나 문화적 진화는 현세대에 형성된 특성들을 다음 세대로 전달한다.
생물학적 진화는 새로운 가지가 돋아나면 서로 엉키지 않고 뻗어나가며 그 가지들이 일단 굳어지게 되면 다시는 합쳐지지 않는다. 그러나 문화는 그와는 다른 길을 따라 진화한다. 그 길의 형태는 합류이다. 마치 강물처럼 물줄기가 갈라지고 휘어지다가 다시 합쳐지는 것이다.
생물의 진화는 패어진 채로 남지만 문화는 오로지 신화나 역사나 관습으로만 남아 있는 과거의 것들에 대한 기억을 싸안고 있다. 이반일리히, 젠더 176
뱀발 3. 전주에 보았던 문화에 대한 코멘트로 인상깊던 구절을 옮겨봅니다. 강물의 물줄기처럼 갈라지고 휘어지다가 다시 합쳐진다는 구절이나 문화가 생물학적 진화로 다른 길을 따라 진화한다는 내용도 그러합니다. 문화가 진화한다는 표현에 이런 뿌리와 시적인 문구가 마음에 바람 한점일게 만듭니다. 문화나 민주주의나 다 지금과 과정을 살아내는 생물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쉽게 용도폐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더 더욱 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