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담그고 싶지 않다. 나의 고고가 티 ㄴ, ㅇ 물 한점에 흐려질 수 없다. 고고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 나의 원칙은 변함없다. 나의 머리는 변함이 없다. 일상에 고고만 발라내고 고고만 살아남길 원한다.  살점없는 우아한 순수를 원한다. 핥아내고 핥아낸 뼈만의 순수. 내겐 살점이 없다. 돈이 그렇게 사람을 삶터에서 발라내어 돈맛의 절정으로만 유통시키듯. 절대순수만이 일상을 점거하길 바란다. 나는 현실을 잊어야하고, 구체를 눈감아야 하고, 초절정 순수 정수만을 원한다. 발담그고 싶다. 머리카락 한점없는 백옥 속에.  


 

나의 고고는 살 수 없다. 나의 고고는 머리에서만 출발하였으므로 끊임없는 머리의 관음만이 지탱할 수 있다. 나는 머리만 비대하므로 머리만 점점 커지므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 움직이지 않으므로 고고는 물들지 않는다. 머리가 나의 가슴과 몸과 손발을 짓눌러 움직이지 못하였으므로 나의 고고는 산다.  나의 고고는 산다. 소멸의 지점을 알면서 산다.그리고 죽는다.

허나 여긴 뭍이 아니다. 허나 뭍에서처럼 발을 딛고 살 수 없다. 여긴 어차피 진흙탕이다. 고고를 디디려고 하면 할수록 더 깊이. 나의 고고가 발붙일 틈이 없다. 발붙일 수 없으므로, 나의 고고는 도드라질 뿐이다. 팅 물이 하이얀 옷을 적실 때, 나의 고고는 숨이 차다. 여긴 뭍이 아니다. 진흙탕이 난무하고, 난무해서, 차라리 차라리 진흙탕에 몸을 담그라. 나의 하이얀 옷은 온데 간데 없이, 흙탕물과 내가 구분이 되지 않도록 담궈라. 그리고 그리고 몸의 숨구멍을 열고 진흙탕으로 촉수를 열어라. 흙탕물이 거름이 되도록 진하게 들이마시라. 아 아. ...나의 고고는 온데 간데 없더라도 마셔라. 이제 나의 고고는 없다. 사라져 너나가 없다. 나너가 없다.  

그렇게 한번 두번 물리도록 당신의 바닥을 보았으므로 당신의 바닥이 네몸을 덕지덕지 뭍히므로, 그 거름이 그 흙탕물이 점점 나를 뒤덮고 있도록. 서서히 나의 고고를 잊을 무렵. 손발의 마디에 몸의 마디에 가슴의 마디에 아마 싹이 생길지 모른다. 머리는 작아지고 오그라들고 손과 발은 점점 커지고, 커진 몸과 가슴에 호롱불같은 꽃이 필지 모른다. 꽃이 필지 몰라. 어느새 꽃은 피어 그래도 나의 고고는 그제서야 돌아와 환하게 밝힐지도 몰라. 그렇게 고고는 그렇게 피는 것이라고. 지킨다고 피는 것이 아니라 다 찍어먹고 겨우고 토해낸 뒤에야 다시 피는 것이라구.  

 

뱀발. 좋은 사람들,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 소신의 가치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그런 가치들이 그저 좋은 사람들로부터만, 좋은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나 만남으로만 이뤄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장마비처럼 몸을 적신다. 좋은 사람들의 일상이라는 것이 그렇게 몸을 섞고 살을 부대끼고 사는 것의 대부분은 지리한 관계들의 총합일지도 모른다. 일이란 현실에서 때론 제조해내야하는 당위에 소신은 바래질 수밖에 없다. 그런면에서 선입견이란 판단을 밀고 나가봄직하다. 대부분 그(녀)를 규정짓는 것과 관계는 그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몸에 다른 색을 입히고 싶은데, 서로 원하는 것을 사뭇 진지하게 섞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 색을 인정해주는 이상, 일상엔 겹침이 없고 색깔은 달라지지 않는다. 100702 몸은 지쳤는데 그래도 말미 만남이 미묘한 속내들을 드러내고 느낄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그리고 이 흔적도 절반은 나에대한 화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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