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인근, 호젓한 달님코스가 있다. 몸상태를 확인도 해보고 마음도 추스릴 겸해서 다니는 곳. 마을 한귀퉁이가 공사흔적으로 날라가고 있지만 차의 흔적도 드물어 간만에 들르다. 천천히 느린 달림을 하여 오르다. 허기도 오르고 새어나간 체력은 날망을 간신히 벗어난다 싶다. 마음도 몸도 일터의 곤두선 신경으로 많이 바랜 듯. 건너편에 빨간햇살을 머금고 있는 개복숭아도, 오디도, 산딸기도 약한 갈증의 손길을 내밀게 한다.
내려오다나니 언젠가 호사를 누렸을 정미소의 흔적도 작은 시내 개울가에 요란했을 아이들도, 그리고 청년들도 여기저기 누렸을 시간들은 빛을 바래고 없다. 늙은 어르신들만 간간이 키만한 옥수수, 밭일, 논일을 챙기고 있다.
얕은 허기와 옅은 갈증에 산딸기 몇톨을 입에 넣어본다. 터지는 질감과 함께 씹히는 느낌과 동시에 단맛이 번진다. 그렇게 몇번을 음미하며 걷다 달리다. 6k 60'
정미소와 정류소의 사이
후미진 마을 정미소를 지나 하루에 버스기척없는 정류소 사이를 지난다. 어디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의 촌티를 내며 하루에 몇대 오지 않는 버스는 탈탈거리며 지나간다. 저기 후미진 정미소티만 내는 마을로 쫓기듯이 달아난다. 자본주의란 종교가 자본주의 신도만을 추스리고 간 이곳은 아무도 없다. 노인들의 나라. 저기 후미진 간간히 보이는 이주민만 섞여있을 뿐. 자본주의 신자들은 마을에 없다. 마을의 정미소는 더이상 정미하지 않는다. 마을의 정류소는 더이상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더이상 설레이며 기다리는 이가 없다. 정류하는 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