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은 비, 밤으로 가지만 그래도 선명한 거리다. 바람소리도, 숲의 내음이 무척이나 오래된 기억같다. 오래된 기억이 아니라 잊고 살았던 듯 몸은 익숙을 찾아내듯 곧 평온을 찾고 즐긴다. 약간의 촉촉한 습기를 품은 거리. 그렇게 거리를 걷다 달리다해보니 몸도 마음도 차분해져온다. 조금 비가 짙어지긴 하지만, 거리의 목련잎을 하나 건네온다. 그렇게 악수를 청하니 목련잎은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 조금 마음을 더주면 단풍잎처럼 내 손을 감아쥘 것 같다. 그래서 네 손내음을 가까이 대고 맡아본다. 깊이 들이 마실수록 네 손등의 초록내음은 가슴으로 번진다.  

너를 잊고 살았던 것이 아닌가. 이리 편해지고 산뜻해지는 것을. 일의 맷돌에 짓눌려 있는 신물이 이리도 짧은 시간에 치유하는 법을 마치 모른 듯 잊고 살았는지. 가까이 있을수록 없는 것처럼 달님은 그렇게 사진첩을 펼치듯 펼치는 것이 아닐텐데 말이다. 6k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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