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 러 나 대 체 무 슨 상 관 이 란 말 인 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 러 나 대 체 무 슨 상 관 이 란 말 인 가
# 1. [그러나 ...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를 물끄러미보다가 시간의 체로 녹여본다. 그러나가 그 러 나 로 벌려지고 그 사이 사이로 시를 내린다. 한방울 한방울 걸러 내린다.
마흔, 잔치가 시작된다
최영미
그 러 나 대 체 무 슨 상관이란 말인가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 러 나 대 체 무 슨 상 관 이 란 말 인 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 2. 그렇게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를 십년쯤 시간과 햇살에 바스락거리고 바라게 해놓고, 서른 잔치를 내려본다.
마흔, 잔치는 [ ]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뱀발.
1.어제 마흔 언저리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다. 마이너스에 아이에..그렇게 삶에 담보잡혀 조금씩 손발의 움직임이 퇴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만나 선다. 아침 서른, 잔치가 끝나다가 잡히고 구절을 따라가본다. 어쩌면 잔치1)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고, 너에게 가는 길2)을 모르지도 않는다. 단지 외면할 뿐...
2. 안해가 마흔을 넘기다. 마음 속에 재워둔 이야기를, 외면받은 이야기를 건네봐야겠다. 마흔 참으로 좋은 나이다. 잔치를 벌이기에도 만들기에도, 너에게 가는 길도 알만한 나이지 않는가? 최영미시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서른,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꽃피는 마흔의 숲을....생각해본다. 그리고 다시 만찬을....기대해도... 지난 궤적들이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렇게 다시 서있는 것을 그것도 같은 자리앞에....
3. 조희연교수님의 강의를 듣다.100622 민도도 확인되고 할 수 있는 일들도 널려있다. 복받은 세대는 아닐까? 압축적 모순에 얻을 수 있는 것들.....
> 2)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 최영미
그리하여 이 시대 나는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나
창자를 뒤집어 보여줘야 하나, 나도 너처럼 썩었다고
적당히 시커멓고 적당히 순결하다고
버티어온 세월의 굽이만큼 마디마디 꼬여 있다고
그러나 심장 한귀퉁이는 제법 시퍼렇게 뛰고 있다고
동맥에서 흐르는 피만큼은 세상 모르게 깨끗하다고
은근히 힘을 줘서 이야기해야 하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나도 충분히 부끄러워 할 줄 안다고
그때마다 믿어달라고, 네 손을 내 가슴에 얹어줘야 하나
내게 일어난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두 팔과 두 다리는 악마처럼 튼튼하다고
그처럼 여러번 곱씹은 치욕과, 치욕 뒤의 입가심 같은 위로와
자위 끝의 허망한 한 모금 니코틴의 깊은 맛을
어떻게 너에게 말해야 하나
양치질 할 때마다 곰삭은 가래를 뱉어낸다고
상처가 치통처럼, 코딱지처럼 몸에 붙어 있다고
아예 벗어붙이고 보여줘야 하나
아아 그리하여 이 시대 나는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나
아직도 새로 시작할 힘이 있는데
성한 두팔로 가끔은 널 안을 수 있는데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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