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통영 산양, 멀리 섬들이 보이고 바다를 안은 부두에 안개가 일더니 운무처럼 산을 빠른 속도로 베어 문다. 조금씩 삼킨 눈물씨들이 마를 무렵, 저 바다와 안개가 참 아담하고 한눈에 보기 좋게 들어온다. 묘지 앞에 앉아 바다를 보며 손등으로 올라온 개미 한마리를 물끄러미 본다.  아주 얕은 바람에만 방향을 바꾸는 녀석을 데리고 손의 안과 밖으로 넘나든다. 녀석에겐 공간이 없는 듯, 눈길을 마주치지 못한다. 불쑥 다가서는 입바람에만 홀연 방향을 바꾼다. 그녀석은 연신 손바닥 안과 밖을 오르내린다. 높이라는 무서움이 없다. 너를 손안에 가지고 논다. 





#6.  어제의 이야기들이 가슴에 멈추어 서있다.  후덥지는 한 날씨는 바닷내를 머금고 태양을 품고 서성인다. 그렇게 멈추어 선 얘기들이  더위에 날라갈 듯이 가슴에서 머리로 향하고 있다.  멈칫 거리던 사마천의 시비 1) 를 기어이 사진에 남긴 몸둥아리는 묘소로 가는 길 태화목과 양귀비, 여름꽃과 꽃그늘로 어지럽다. 그러다가 둥그렇게 펼친 시비의 한구절로 마음이 시려진다.2) 그러다가 지난 취기는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 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엔 왜 그것이 보이지..."에 가서는 주책없는 눈물씨 한점이 가슴안에 생기는 것이다.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청춘이 조금씩 보이며, 청춘의 실루엣이 점점 선명해지듯, 어제의 이야기들이 선명히 겹치는 것이다.

 

1) 사마천

그대는 사랑의 기억도 없을 것이다
긴 낮 긴 밤을
멀미같이 시간을 앓았을 것이다
천형때문에 홀로 앉아
글을 썼던 사람
육체를 거세당하고
인생을 거세당하고
엉덩이 하나 놓을 자리 의지하며
그대는 진실을
기록하려 했는가

>> 시비 >>



2)

달빛이 스며드는 차거운 밤에도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옛날의 그집"에서

# 5. 청춘은 어쩌면 손에 올랐던 개미같은 것일까? 녀석처럼 그저 평면을 끊임없이 돌진만 하는 것일까. 그러다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서면 방향을 바꾸기만 하는 녀석일까?  높이에 대한 경계도 공포심도 없어 불안하지 않는 것일까? 간질거리는 손등의 느낌은 아랑곳없고, 마음도 시리지 않는 것일까?

# 4. 서서히 시간을 앓을 나이가 된 것인지. 마음은 시큰거리고, 밀려오는 바닷가 짠내가 스며들어 아픔이 살아오른다.


# 3. 통영을 앓은 이들이 저기 멀리 점점 막힌 섬들처럼 말이다. 박경리, 윤이상, 김춘수, 유치환, 전혁림, 이한우... ... 





# 2. 통영거리를 걸으면서 몸은 목포의 터미널과 그 시장을 곧추 기억해냈고, 점점 박힌 달동네의 블럭집들 불러내온다.  바깥보다 더 더운 블럭집 안의 눅눅한 땀과 비닐장판사이의 칙칙함을 불러낸다. 









# 1. 정신이 팔려 여기저기 셧터를 누르다. 아무런 소리없는 사진기가 다행을 핑계삼으며, 이제 막 문 앞은 나서는 인기척을 만나고서야 미안함을 느끼다가 말이다. 동쪽벼랑엔 이렇게 캔버스와 철거의 수중까지간 이곳 사람들의 삶의 냄새가 함께 있다.
 

>> 동피랑 벽화 >>


0  문화의 힘이라는 것이 있을까? 문화가 이렇게 압도적 우위를 점하면서 경제논리를 점거할 수 있을까? 활동이란 것도 이렇게 내전을 막듯이, 다른 논리를 숨막히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활동을 모사하고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숨이 막히게, 세상을 먹먹하게 힘의 순발력을 모을 수는 없는 것일까? 가위 바위 보를 하듯 세상의 한쪽을 점거할 수는 없는 것일까? 

>> 문화와 예술의 힘 >>



-1.

>> 아프다는 것과 만든다는 것?  >>

뱀발. 흔적에 대한 갈증이 사라지지 않게 바쁜 틈을 내어 후다닥 남긴다.  잔뿌리를 많이 남기고 싶은데 언제가 될는지, 박경리 전시관을 들르나보니 낯익은 모습이 있어 슬쩍 넣어본다. ㅎㅎ. 멈칫멈칫 박경리선생님으로 가는 길...두렵다. 아는 것도 느끼는 것도, 아픔이라는 강도가 더 두려워 더 멈칫거리고...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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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0-06-21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영은 그 어느 도시보다 문학의 도시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요. 사진과 글, 잘 봤습니다.

여울 2010-06-21 16:35   좋아요 0 | URL
예향의 마을이나 도시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섬-바다-산-달-...그리고 부드러운 곡선들....요즘처럼 바쁜 사람들이 특별히 그런 겨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감수성 풍부한 어른들에겐 여전히 그럴 수 있다고 여깁니다. 목포도 그러하고, 남도, 옥천...충남 넓은 들....각별한 것 같습니다. ㅎㅎ 한번 가시면 꼭 들르시길 바래요.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