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도 길어지고, 머리카락도 많이 웃자라있다. 일상은 숨이 차있고, 모임과 모임사이는 틈이 없이 비좁고 빡빡하고 팍팍하다. 일터 일로 잔뜩 신경이 곤두서있다. 여유를 음용치 못해 불안하고 있을 무렵, 어김없이 읽을 거리를 마저 읽지 못한 채 모임 앞에 선다. 하고싶은 이야기를 책속의 밑줄을 빌려 한다. 계속되는 동어반복이지만, 스며들고, 마음 속으로 가져가는 일은 또 다른 행로이겠다. 진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새벽 출장으로 무르익은 자리의 아쉬움을 뒤로 한다.
인천으로 오가는 길, 욕심으로 가져간 책들이 밀려오는 졸음으로 밀렸다. 어제 박음질한 단 한장만 곱씹게 된다. 저녁에 돌아와 웃자란 머리를 자르고, 손질해주겠다는 사장님께 바쁘다는 눈치를 주며 덜 다듬은 채 돌아온다. 쪽잠을 자서 피곤을 던다는 것이 벌써 한시간 남짓 잠을 청해 약속한 손전화에 잠을 깬다.
잠결에 걸어가 뜻이있는 집에 들러 쟈스민차로 잠을 밀어내고 지인들과 선거를 여운삼아 이야기를 건넨다. 찻집의 정원은 마거리트와 작약, 장미가 불쑥 손을 내민다. 밤이 색깔있게 내린다. 이야기도 내린다. 진보는 삶을 섞을 수 있거나, 열 수 있을까? 문화도 얇고 원심력의 자장과 머리만의 확장속도는 겁이 난다. 말로만 연대뿐, 몸의 연대는 씻고 찾을 길이 없다. 고민도 생각도, 짧은 삶의 편린도 섞이지 않는다. 벌써 시선은 십년 십오년으로 가 있지만, 또다시 유사한 상황이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 접촉점도 접촉선도 접촉면도 접촉삶도 없는 진보가 무슨 진보인가? 그저 시류와 유행에 편승할 뿐 보고싶어도 만나고 싶어도 얘기하고 싶어도 얘기할 수 없는 서울에, 아니 지금여기가 아니라 저기먼곳에 머리를 담보맡긴 진보와 무엇을 도모할 수 있을까?
검붉은 작약이 검게 익는 밤에 혀를 날름날름 내민다. 별들도 잎새에 이는 바람결에 잠들고 있을 듯, 잎새를 들추고 싶다. 당신의 마음을 들추고 싶다. 당신의 삶의 흔적을 들추고 겹친 잎새처럼 겹치고 싶다.
100602 선거날 100603 런던코뮌세미나 6장이론적 배경 100604 참* 뜰이있는집
뱀발. 머리진보, 몸진보, 생활우파, 머리좌파, 시간우파, 삶좌파, 머리진보-삶우파,관계우파,관계좌빨...마음만진보, 마음도진보....괜한 딴지다. 물론 나에게도 말이다. 세미나 뒤풀이에서 *샘이 질문을 던진다. 두바이에 원전수출을 엠비가 했는데 왜 했을까요? 왜 했을까요? 몸에 뭍어있지 않는 앎들을 수소문해야 했고 어렴풋이 긁어오는 지식은 아무런 답변을 뱉어내지 못한다. 의문도 갖지 않았고, 선무당같은 앎들을 연결시켜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당위만 전시하는 모습이 들어오고 예민하지 못함이나 어설픈 앎의 뿌리들.......이 생각을 스친다. 바람이 안개처럼 몸에 달라붙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