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집
밤이 되면 집은 뚱뚱해진다.
저마다 하나씩의 방을 차지하고
사람들이 꿈을 꾸는 것이다.
안녕
안녕
연기 같은 말들이
철장 사이로 환하게 손을 내민다.
세상의 집들에서
비밀이 흘러나와
하늘이 깜깜하다.
일상과 중독
[전력질주] 비가내리는 베이스를 우리는 돌고 또 돌고
[기록들] 살짝살짝 떨어지면서/시드는 한 세계/그럴수록 쪼그라드는 기록들
[동시에] 모두 한 손에 시계를 쥐고 있었다.....우리는 272곳에서 동시에 사라지고 있었지만/어느 곳으로도 가지 않았다.
[암스테르담] 일요일 저녁이면 우리는 조명 탑 아래서/나아질 게 없는 우리의 중년을 생각하지
[버릇] 사소한 운명처럼/스물한 번째의 버스를 타고/누군가는 사라질 것이다
[기념사진] 아름답다고 생각한 건...모두 그다음 날에 있었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 쓰레기봉투처럼 자꾸만 쌓이는 요일들/아파트 단지를 다 돌자/우리는 연결돼 있었다.
[중독] 쌓이는 저 눈 위에 뭐라고 쓰려는데/꾹꾹 눌러쓰고 싶었던 말은/흔적이 없다...길고 오래 지속되는 밤과 낮들을/그렇게 또/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얼굴없는 요일] 무성영화의 주인공처럼/신음도 하지 않고/우리는 기어이/소멸을 향해 천천히 진화하는/마지막 인류가 되고 만다.
슬픔과 아픔
[마이 볼] ....크나큰 슬픔이 1루 측 스탠드에서 번질 때까지/우리는 크게 마이 볼을 외쳤다.
[병에 대하여]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아무래도 알 수 없는 이 몹쓸 병에 대해/이웃집 의사는 휴가를 권했다/하얀 셔츠를 입고 거울을 본다/이미 몸은 병이 깊어 하얗게 말라가고 있으니
[플라이아웃] 적당한 높이에 마음을 걸어 두면/어두워서 뚜렷해지는 생각들./모두 플라이아웃이다
[그리고 백년동안] 그리고 백년 동안은 평범한 적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돌아와 우체통에 머물고 있을/어둑어둑한 그리움에 대해 생각하는 저녁이다/은행의 열매들이 우는 저녁이다./누군가 그 마음을 훔치는 저녁이다.
그래, 그래도 우아하게 스윙을
[스윙] 좌익수 키를 훌쩍 넘어가는 마음/ 커피 물을 다시 끓이는 동안..커피 물이 다시 끓지 않는 시간./커피는 아주 조금 식었고/향이 깊어지는 바로 그때/도무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때/국자를 들고 우아하게 스윙을 한다
뱀발.
1. 건네준 시집을 물끄러미 보다나니 시간은 깊어지고 시인이 말하고자하는 버릇이 점점 실루엣을 남긴다. 실루엣의 여운을 따라 남기다보니 그의 마음이 남는다. 한점 한점 짚다보니 마음이 싸 해진다. 그래서 우아한 스윙으로, 마음을 저기 3루 언저리로 날린다. 그렇게 마음이라도 날려야지, 찌그러들고 보여도 보이지 않는 일상이 조금이라도 쾌 할 것... ...
2. 세상의 집엔 연기같은 말들이 철장사이로 환하게만 손을 내민다. 비밀이 슬픔과 아픔에 절여지면 , 깜깜한 하늘이 아주 조금 희윰해질까? 우아한 스윙이라도 만번 한다면...조금이라도 다른 색일까? 아주 조금 목련 색을 닮은 하양에 가까이 갈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