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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꿈속에서 말이 맴돈다. 여운이 남은 김수영에 대한 흔적이 애닯아 몇번을 되밟는다. 일상의 뜨거움, 일상의 무엇이 아니다. 일상의 정원...... 일상의 숲이라 만들어보니 번듯하였으나 곧 아니다 싶다. 그리고 무언가 말을 만들어 고개를 끄덕였는데 정작 단어는 생각나지 않는다. 갑자기 물어본 말이 입에 맴돌듯이 소용돌이 친다. 겨울은 봄의 문풍지를 뚫고 하염없이 눈을 내리는 밤이다. 밤이 익을수록 점점 하얀 밤. 김수영을 떠났다고 하였지만 이렇게 일상의 다음말에 걸려있다. 김수영은 문풍지를 뚫고 봄눈을 나린다. 봄꽃을 나린다. 안해에게 분리수거키로 다짐을 한 종이박스는 눈을 핑계삼아 덩그러니 치우지 못하고 남아있다. 출근길 봄눈처럼 스러졌으면 하는 미안한 마음도 그곳에 남아있다. 일상을 건져올리지도 못한 어정쩡한 하루다.
뱀발. 출근길 살얼음이 얼어 있다. 어제 꼭꼭 뭉쳐진 손맛의 기억이 꿈틀거리는데, 봄볕은 완연하다. 애물디카의 10000번째 사진이 접힌 곳에 있다. 어느 덧 다정다감을 넘어선 그 녀석은 기린다. 그녀를 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