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을 이야기하지만, 얘기하는 이들의 속마음은 세월의 켜로 인해 별반 마음이 없음을 확인한다. 살아내기 위한 타협인 줄 오해했는데 어쩌면 본디 그러한 것이다. 짝사랑의 마음만 있었을뿐이다. 입으로만 인문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저 유행을 핑계삼아 겉만 나타낼 뿐이다. 십중팔구. 변할 마음도, 더구나 아파하지도 않으며, 살아낼 궁리에 침잠해서 초심의 행방조차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알만한 사람이 어느 곳 집권당 **로 출마한다하고, 삶을 공유했다고 서로 믿고 지난한 기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결정을 내리는 것도 낭만을 비껴선 현실이다. 서너번의 모임으로 겹쳐 확인한 것이 충격이다. 현실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들리는 이야기는 낭만의 귀만 있는 나에겐 더 더욱 버겁다.
생각을 돌려 그저 좋은 사람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혼자 만족적인 것 같다. 누구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진보적일 것이란 선판단을 쉽게 내리는 것이 외려 마이너스라는 각성이 든다. 낭만은 현실을 조금도 넘어설 수 없다. 현실에 닿는 순간 스르르 녹는 눈처럼 말이다. 낭만 과잉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에 잘못 담보잡히면 불과 삼사개월만에 몸의 전향을 선언하기 마련이다. 대학생도 그러한데 하물며 진보적 성향의 인물이라고 다를지 모른다고 착각하고 있거나 세뇌를 주입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인문이라는 발린 외피와 활동의 경험이 있다는 전력때문에 의아심을 접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진 것이 없으면 그만큼 쉽고 원칙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겠지? 가진 것이 많으면 하나하나 걸려 무엇을 내려놓을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겠지? 혼자 생각살이는 너무 외롭다. 함께 생각살이할 입문이 인문이라는 빌미였던 것 같은데 다 착각이다. 그 좋았던 사람들은 이미 현실로 밀려나 잡아챌 수 없다. 저기 늪에 빠져 어쩔 수 없음을 미리 예단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낭만이 아니라 현실을 이야기한다면 말이다. 인문이 유행임을 명심하고, 인문의 패션을 걸치려는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 낭만이 아니라 현실로 말이다.
이렇게 나이듦을 빌어 생각에 편승하면 세대론이나 새로운 친구들의 손을 부여잡는 일이 더 탄탄할 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안개처럼 모호한 구름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낭만주창자들에게 현실을 꾸겨넣어야 될지도 모른다. 현실을 벌거벗고 있는 스스로 현실의 냉엄함과 통증을 주입해야할지 모른다. 함께 하는 이들에게 생각살이를 강요해야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낭만과 현실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담보잡힌 그들의 삶을 더 아프게 해야하는 것이 현실을 더 사랑하는 일이다. 애꿎은 짝사랑. 현실 속에 과거를 향유하는 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과잉이다. 이런 생각들이 불쑥불쑥 든다. 며칠의 모임으로 스스로 다짐한다. 홀로 낭만 사이사이를 져며, 쓰리디쓰린 소금을 뿌리지 않으면 되지 않는다고. 붓고 곪아터져야 아마 낭만은 현실의 곰팡내를 조금 알 수 있을지 모른다.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인문의 유행이라는 낭만에 현실을 심어 더 탄탄해질 수는 없는 것일까? 가진 것이 점점 많아진다. 결정과 손에 가진 것은 버리거나 내리는 것으로 안절부절한다. 몸으로 섞여 뒹군 생각들만이 현실의 연결망을 조금이나마 수선할 수 있으며, 그래도 다가올 보수의 시간을 희미하게나마 지탱할 수 있을지 모른다. 모둠, 모임의 자생성은 섞임의 잔뿌리..그리고 그 깊이만이 현실이다. 그들에게 유행이 장기간이고 스스로 바꾸는 것이 진짜 유행이라는 현실적인 힘이 되어야 그제서야 새로운 유행을 쫒을 것이다. 인문이 낭만의 향을 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향을 내는 변곡의 지점이 없으면 또 다시 무덤이다.
자본주의를 싫어하는 이도, 반자본주의를 선언하는 이들도,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이들도 믿지 않으려 한다. 오직 민주주의를 만드는 이의 행동과 그로 나아진 현실만큼만을 믿기로한다. 낭만과잉이다. 인문이란 누드 외피를 쓴 선정성만이 지금을 배회하고 있다. 돈과 명예와 이름에 날치기 당하는 순간, 네몸은 내몸은 네몸이 아니다. 어쩌면 그 순간 뺏긴 영혼은 중독이 안방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름중독-명예중독-돈중독-때문에중독... ... 나도 예외일 수 없지만 간절함을 너에게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