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다르는 보스니아의 소도시 비셰그라드에서 드리나 강가에서 놀며 사랑하는 슬라브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심장마비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통을 자신이 이어가기로 다짐한다.
#2. 소설 속에서 작가는 좋은 이야기란 드리나 강처럼 '격렬하고, 광활하고, 지류들이 흘러들어 더욱 풍요로워지고, 강둑위로 넘쳐흐르고 콸콸 솟아 흐르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독일로 피난한 뒤에는 독일에서 겪는 새로운 생활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아시야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들려준다. 그리고 할머니가 준, 비어 있는 책에는 고향에서 행복했던 기억들을 잊지 않으려고 이야기들을 기록한다. 그러나 좋았던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쓰면서 알렉산드르는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거나 알지 못하고 또 알려고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자기가 떠난 뒤 있었던 일들을 누군가에게 물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옮긴이의 글에서)
--아*** 키바님의 [한권의 책] 소개 가운데서(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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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는 보스니아계 어머니와 세르비아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비셰그라드에서 살다 1992년 보스니아 내전이 일어나 독일로 망명을 온 작가가 독일어로 써낸 소설이다.
주인공은 보스니아계 어머니와 세르비아계 아버지 밑에서 자라나는 알렉산다르, 어느날 칼루이스가 세계 신기록을 기록하는 걸 보다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슬라보코 할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이야기하는 것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듬해 보스니아 내전이 발발하고 알렉산다르 가족은 독일로 망명을 가게 된다. 망명 가기 전 지하실에서 함께 숨어있던 아시야라는 소녀를 잊지 못한 알렉산다르는 아시야에게 편지를 보내고, 사람은 모든 것이 좋았던 시절과 좋지 않았던 시절 모두 기억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할머니가 보내준 빈 책에 모두가 좋았던 시절을 기록한다. 그리고 10년 후 아시야를 찾기 위해, 또 자신의 유년시절의 상처와 마주하기 위해 다시 비셰그라드를 찾는다.
모두가 좋지 않았던 시절에 쓰여진 ‘모두가 좋았던 시절’은 너무도 빛나 서 보는 나를 울고 싶게 만든다. 실제로 나는 그 한 챕터를 보다가 울었다. 비셰그라드의 드니라 강의 댐을 건설하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온 프란체스코에 대한 에피소드를 다룬 챕터에서였다. 알렉산다르는 이탈리아에서 온 잘생긴 프란체스코와 사전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친해진다. 그러다 프란체스코가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퍼지고 쫒겨나게 되는데 알렉산다르는 작별인사를 하러 온 프란체스코를 외면하고 나중에 그가 남긴 편지를 읽는다. 보스니아어가 서툰 프란체스코의 편지는 중간 중간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다. 알렉산다르는 프란체스코가 주고 간, 둘이 의사소통을 하며 썼던 사전에서 편지의 단어들을 짚어가며 편지를 읽는다.
미오 카로 아미코 알레산드로(내 소중한 친구 알레산드로에게.)
이토록 아름다운 도시에서 어린 시절 보낸다는 건 푸오이 디르티 포르투나토(행운이라고 말해도 좋을거야). 드리나는 모든 사람 눈 아름답게 만들어. 땅에서는 체리랑 자두 자라고, 리모나타(레모네이드) 만들 깨끗한 물 있지. 나 바다코끼리한테 보치아 져줬어. 너희 댐은 이제 절대로 하자 없어. 네 파파와 마마와 너의 투토(모두) 안전해. 하지만 내게 아리베데르치라고 말하는 사람 없어. 그래서 프란체스코가 말해. 아리베데르치 알로라 에 아 프레스토(그럼 잘 있고 나중에 또 만나!)
페르 테(널 위한) 선물이야, 미오 카로 마고(내 소중한 마법사). 보치아 공, 레몬향수, 사전, 아주리 색 레플리카 유니폼! 그리고 카르티나 디 비셰그라드(비셰그라드 지도)! 내가 그린 거야! 너희 집과 친절한 미렐라 아줌마네 집! 라 비타, 미오 알레산드로, 에 솔로 퀘스티오네 디 포르투나(인생은, 나의 알레산드로, 단지 우연의 문제란다). 부디 우리를, 그리고 베란다와 고요함과 뿔코살무사와 달빛 아래 바로크풍 아가씨들이 있던 정글을 좋게 기억해 주길!
그라치에 콰트로밀라(4천 번 고마워)!
프란체스코
#1.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이렇게 사전을 짚어가며 단어 하나하나 음미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소설, 시, 그림, 음악,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류가 만든 감정의 창작물들은 그 만국 공통 사전을 만들고 싶은 불굴의 노력들 이 아닐까. 같은 말을 쓰지만 자주 오해하고, 조금 이해하는 우리들이 서로를 좀더 이해하고자 발버둥 치는 것은 아닐까.(소설의 끝에서 프란체스코가 동성애자라는 소문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결국 더 많이 오해하고 말지만 김연수의 말대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노력, 밑빠진독에 물빠지는 소리처럼 들려도 나에겐 더 나은 아이디어가 없으니 인용이 최선의 방법이라 본다. 쉽게 위로 하지 않는 대신 쉽게 절망에 빠지지 말지어다. www.tjcivilacademy.or.kr/zboard/view.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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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1. 비셰그라드, 드리나 강,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몇번씩 단어들이 명사로 남지 않고 꼬리를 길게 늘이며 미끌어진다. 이제서야 명사형으로 남기도 하지만 말이다. 78년생 사샤 스타니시치란 저자의 이름도 그러하길 여전하다. 읽는내내 섞이고 흐릿해지고 밝아지기를 거듭한다. 모네의 수련처럼 여러 색들이 함께 부유한다.
2.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지 못했던 것, 알려고 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것을 상기시켜야 한다. 좋았던 이야기와 좋지 않았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물어야 한다. 한자 한자 사전을 짚어가며 소통을 하려하고, 노력을 해내야 할지 모른다.
3.
드리나 강이 그렇게 모네와 고흐의 손길로 그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이야기들이 빗나가지 않고 볼록한 시간이란 쟁반에 모두 흘러내리는 것이 아니라 오목한 시간에 담기는 것이라고, 그래서 마음 하나 하나를 헤아리는 연습을 해야하는지도 모른다고... 그래야 아주 작은 샘물이 될지도 모른다고...
4. 어쩌면 우리는 의견도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기억도 편리대로 소비하고 말지만, 이렇게 절벽에 있는 꽃 한송이 꺾어 [시-공간]으로 잡으려는 노력이 부질없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나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