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어둠속의 불안한 눈동자,
못자국처럼 숭숭 뚫린 성긴 턱수염 자국,
밤새워 먼 길을 달려온 이슬 맺힌 눈썹은 거기 있어라
내가 언제
시인이란, 그가 진정한 시인이라면
우주의 사업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내가 언제 나의 입김으로
더운 꽃 한송이 피워낸 적이 있는가
내가 언제 나의 눈물로
이슬 한 방울 지상에 내린 적 있는가
내가 언제 나의 손길로
광원을 거쳐서 내게 달려온 고독한 바람의 잔등을
잠재운 적 있는가 쓰다듬은 적 있는가
시(詩)
화살 하나가 공중을 가르고 과녁에 박혀
전신을 떨듯이
나는 나의 언어가
바람 속을 뚫고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마구 떨리면서 깊어졌으면 좋겠다
불씨처럼
아니 온몸의 사랑의 첫 발성처럼
뱀발. 짧은 시, 길고 긴 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