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어둠속의 불안한 눈동자,
 못자국처럼 숭숭 뚫린 성긴 턱수염 자국,
 밤새워 먼 길을 달려온 이슬 맺힌 눈썹은 거기 있어라

 



내가 언제

 시인이란, 그가 진정한 시인이라면
 우주의 사업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내가 언제 나의 입김으로
 더운 꽃 한송이 피워낸 적이 있는가
 내가 언제 나의 눈물로
 이슬 한 방울 지상에 내린 적 있는가
 내가 언제 나의 손길로
 광원을 거쳐서 내게 달려온 고독한 바람의 잔등을
 잠재운 적 있는가 쓰다듬은 적 있는가

 

시(詩)

 화살 하나가 공중을 가르고 과녁에 박혀
 전신을 떨듯이
 나는 나의 언어가
 바람 속을 뚫고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마구 떨리면서 깊어졌으면 좋겠다
 불씨처럼
 아니 온몸의 사랑의 첫 발성처럼 

뱀발.  짧은 시, 길고 긴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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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름)짜시
    from 나비효과 2010-02-28 15:45 
    한여름밤에 시름을 덜고 옷고름풀리면 님의 손길에 입맞추고 구름처럼 부푼 가슴 님의 입술에 적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