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 가을볕이 너무 강열해 참* 삼실이 한참을 환기시킨 뒤에서야 그나마 앉아있을 만하다. 명절맞이 잔소리 경계경보가 어젯밤의 언약들과 달리 하나 둘 사라지고 모두 약속을 잡아 자신의 시간을 간다. 그 틈을 비집고 밀린 생각도 모아둘 겸 책들도 볼겸 겸사겸사 자리잡는다. 벽은 페인트칠로 산뜻해지고, 한잔의 커피와 선풍기의 환기 소리는 나뭇잎들을 날린다. 

2. 점심  조금 일찍 들어오자 막내만 있다. 시험본 녀석은 장보러같이 가자던 약속도 간데없고 영화보러 갔단다. 조금 분부대로 머슴역할을 이것저것 하고 그래도 명할 일이 있으시온지 확인하니, 없단다. 낮의 해도 들어가고 완보로 공원과 산책로를 음미하며 걷다. 인근 학교의 조각전시품이 눈에 들어와 둘러보니 마음이 동하는 작품들이 그리없다. 

3. 저녁  올해부터 제사를 가져왔다. 아니나 다를까 봄철 모친의 입원으로 무리한다 하시면 걱정이 앞선다. 챙기지 말라고 하셔도 무엇을 하신겐지 마음이 좌불안석이다. 동생들이 걱정이겠다. 오랜만에 책장을 정리한다. 그리 늘은 책도 없지만 여기저기 박혀있는 책들이나 색깔이나 한통속인 것들을 모아 깔끔하게 놓고, 유니책장에 볼 만한 책들도 옮긴다. 조금 볼만한 책들은 손길이 더가는 곳에 두다. 

4.   1  [맑스주의 향연]의 문체나 글들이 좋았는데 다시보다 마지막장 [공산당 선언]에 대한 해제를 본다. [성경]보다 무덤에 더 많이 가져가고 싶다는 노동자의 바램은 우리에게 해당되는 것일까? 좌파들도 내용에 대한 인지도 형편없다한다. 담고있는 내용들이 지난 번 책갈피한 것들과 겹치기도 하는데 술술 잘 읽히고 마음이 아린다. 

5. 밤  2  다케우치 요시미의 [루쉰]의 읽지 못한 부분을 보고 있다. 루쉰의 민족주의자나 애국자의 입장에서 보려는 시선이 문제가 있다고, 철저히 무에서 시작하는 것에 관심들을 기울이지 않아 제대로 보고있지 못하다는 지적의 근거를 달고 있다. 그가 느낀 [적막]이란 것, 그리고 그 [적막]에 서슬을 들이대고 견디고 숨죽여 그래도 없음보다 낫게 만드는 과정에 대한 지적이 읽힌다. 

6. 한가위. 안해가 제수를 마련하기 위해 갔는데 유난히 손님들이 없다한다. 명절이라 하지만 왕래도 쉽지 않은 분들의 마음이 다독거려질 수 있으면 좋으련만... ... 한가위 잘 보내시길 바래요.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유효하기나 한 것인지? 총각들 처녀들 시집가고 장가가란 식상한 말도 줄어들고, 그래도 따듯한 이야기나 온기들 느끼는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군요.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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