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런 우리들의 이야기에 내연기관 달았나봐.
우리들의 '이슈다'를 진배의 자전거 바퀴단 수기론 녹취가 넘 버겁다.
아래 녹취가 이 빠진 옥수수심처럼 까칠까칠 해도 이해해주시길....
자습서처럼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요점정리 하면 이래
"여기만 아니면 돼?" "준비하고 떠나는 여행"
탑승객 : 해찬, 해창, 소라, 은별, 진솔, 인호, 진배
출발시간 : 2009년 9월 26일
여행지 : [여행 생활자], 유성용. 갤리온.
# 1.처음부터 분위기는 여행모드가 아니었어
진 : 난 이 책이 지난번 [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와 많이 다르다고 느꼈어. 소라가 지난 번에 오기사 책은 귀족여행 같다고 했는데, 이번 책 [여행 생활자]는 순례자 같다는 생각이야. 문체도 시적이고,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풍광에 대한 묘사는 뛰어난다고 생각돼. 아주 세밀하다고나 할까. 중간 중간에 저자가 생각하는 여행의 의미, 낯선 생각들의 아포리즘같은 사색도 가슴에 많이 와 닿고.
헉, 막 여행의 이륙안내 방송이 끝나자 비행기가 주저앉았다고나 할까. 진배의 이 안내방송 이후 탑승자들의 푸념이 시작되었지. 일제고사 부담부터 해서 학교 생활이 너무 짜증난다는 게, 요점이었고, 그 무거운 짜증들을 싣고는 비행기가 날아오를 것 싶지 않았어.
#2. 비행기 갈아타기
진 : 그럼 [여행 생활자] 이야기 보다 먼저 이번 가을 학기 우리들의 빡센 고전읽기 어떤 책을할 지 이야기 해볼까. 먼저 진배가 준비한 목록을 한번 봐주겠어.
### 2009년 가을 ‘빡센 고전읽기’
태그 : NO.19842009
주텍스트 : [1984], 조지오웰, 민음사.
보조 텍스트
- 2009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소설 당선작 ‘스미스’
- 2009 대학가요제 대상작 이대나온 여자 ‘군계무학’
- 2009 14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자 [열외인종 잔혹사], 주원규, 한겨레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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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번번히 죄송합니다. 다른 비행기로 갈아타주세요.
진배의 안내 방송이 끝나고도 비행기는 이륙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어. 결국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야했지. 우리 모임의 문제점이 무엇일까? 안을 들여다 보자는 거였지.
진 : 난 지금까지 3년째 우리 친구들과 독서모임을 해오고 있지만, 자꾸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반성이 들어. 청소년 아카뎀이 친구들에게 답답한 학교생활의 쉼터로 돌파구로 여기는 것은 좋은 거라고 생각돼. 그리구 오랜동안의 만남과 두번의 엠티를 통해서 이 안에서의 소통이 매우 활발해지고 편안해졌다는 것두. 근데 우리 모임의 목적이 책을 통한 세상과의 대화, 그래서 나의 생각이 넓어지고 깊어지자는 거 아니었을까. 지금 우리의 위치가 이 목적에 얼만큼 다가가고 있는지 모르겠어. 솔직히 말하면 아까 말했던 것처럼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기분이야.
찬 : 학교에서도 책을 아예 읽지 않는 건 아냐. 일 주일에 한 권 이상은 읽는 거 같애 . 근데 책이 눈 앞에 보이면 읽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읽지 않거든. 아카뎀의 책도 눈 앞에 미리미리 준비가 되었으면 좋겠어.
솔 : 책을 미리 단체 주문하면 어떨까?
소 : 오프 서점의 장단점이 있다고 봐. 오프 서점에서 모르는 책 읽고, 평소 접하지 않은 책 읽어서 좋은데, 아카뎀의 책은 어떤 때 '내가 왜 이 책을 읽고 있는거지?' 이렇게 공감대가 없는 책도 있어.
진 : 주제와 이야기에서 공감대가 많은 책을 고르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고봐. 내가 지금 공감대가 큰 책을 자꾸 읽다보면 독서의 편식이 있지 않을까?
찬 : 여름 동안 학교에서 추리소설을 많이 읽었어. 근데 추리소설은 쉽게 읽혀지면서도 그 안에 작가의 의미있는 얘기들이 많이 담겨있다는 걸 알게됐어.
진 : 지난 해 여기에 와서 특강을해준 구름배 송승훈샘도 그런 말씀 하시더라. 공감대가 큰책들을 선정하는 것이 독서토론에서 성패를 결정하는데 중요하다고. 뭐 구성애의 '빨간책' 이라던가, 강풀 '그대를 사랑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활들을 다룬 책들 , 이런 책들은 감각적이고 감정선을 건드려 책에 쉽게 흥미와 몰입을 유도할 수 있다고. 독서가 즐겁게 여겨지게 하기 위해 이런 공감대가 큰 책들을 추천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돼. 하지만 이 역시 독서를 놀이로서만 머무르게 할 수 있는 문제와 샘들이 가지고 있는 특정 주제와 시선이 편식될 수 있는 책차림 아닐까, 라는 걱정도 있어.
그래 아까 내가 추천한 가을 학기 특강 목록 다시 바꿀까?
찬 : 아니, 좋은 거 같애.
소 : 우리가 빡세게 고전 읽어보자고 했으니까, 그냥 그 책들 했으면 좋겠어.
찬 : 우리가 읽어야 할 책 목록을 미리 미리 알려줬으면 좋겠어. 그래야 시간 여유를 두고 주문을 하지.
진 : 그 점에 대해서는 샘들도 많이 반성하고 있어. 꼭 고치도록 할께. 이번 가을 부턴.
소 : 책을 읽지 않으면 그동안에는 벌금을 내기로 했는데, 사실 잘 지켜지지 않았어. 벌금을 내지 않으면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 중요한 건 책을 읽지 않고 독서토론에 참여하면 그 자리가 얼마나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인지, 알게 하는 거야. 벌금이나 벌점보다는 자기반성이 중요하다고 생각돼.
진 : 부산의 인디고는 주제와 변주 특강을 하거나 할 때 해당 책에 대한 질문카드를 하나씩 준비하도록 한대. 만약 질문카드를 준비하지 않으면 그 토론에 참석할 수 없는 거지. 우리 친구들이 영어단어 암기카드 만드는 링달린 예쁜 수첩 있잖아. 그 만한 크기의 독서질문 카드를 준비하는 거야. 그런 다음 독서토론에 참여하고, 책에 대해 한 친구가 발제를 한 후, 질문카드를 이용해 이야기거리들을 내놓는 거지. 지금까지 우리의 독서토론이 럭비공첨 여기저기 튀었다면, 그래서 한 두개의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이 진행되지 못했다면, 지금부턴 이런 독서질문카드를 이용해 주제토론의 집중도도 높이고, 토론 참여도 활발하게 유도하는 게 어떨까?
친구들 : 그래 그런 방법을 함 해보자.
진 : 그럼 이번 추석 끝나고 셤 끝나면 이 진배가 예쁜 수첩 하나씩 선물할께.
#4. 시트 벨트를 매어주세요. 이제 이륙입니다.
찬 : 학교 야자시간에 자습서가 아닌 책을 내놓고 읽어도 되는 감독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어떤 선생님은 오로지 자습서만 내놓아야 한다고 혼내는 선생님도 계셔. 이렇게 우리가 생활하면서 우리의 행동을 규제하는 울타리가 넓어졌다, 좁아졌다 그러는 거 같애.
진 : 난 [여행생활자]를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어느 나라의 어느 마을에서는 온종일 마리화나를 피우는 사람들의 낯선 문명이 있다는 거였어. 또 어느 나라의 어느 마을 에서는 여자가 외출을 하기 위해서는 남편의 동행이 꼭 있어야 한다는 거야. 또 어느 나라의 어느 마을의 군인들 복장은 우리 나라의 우리 군인들의 유니폼하고는 매우 거리가 멀다라는 거야.
소 : 대통령의 가치에 따라 국민들의 가치도 변하는 게 우리나의 현실같애. 가령 mb 대통령이 되면서 북한하고 사이가 매우 좋지 않게 되었어. 정부는 북한의 부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얼마 전에 학교에 특강을 하러 온 분이 있었는데, 이분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북한을 미워하게 될 수 있을거 같앴어. 정부가 이렇게 학교에 특강을 하고 언론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가치를 가르치고, 국민들은 또 그렇게 세상을 보게되고 그런 것 같애.
찬 : 뭐든지 보여지는 한 쪽만 바라보는 건 위험한 거 같애. 보여지는 반대 쪽을 살필 수 있어야 돼.
소 :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자기 이익을 따지는데 똑똑하다고 생각해. 가진 사람들은 배운 것도 많아서 자기 생각을 체계적으로 말할 수 있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말랑말랑'해서 많이 배운 사람들의 말을 쉽게 받아들이는 거 같애.
찬 : 작년에 있었던 '촛불 시민'들도 휩쓸려 행동한 부분이 없었는지, 뒤돌아 봐야 한다고 생각해.
인 : 자기에게 요구되는 '틀'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안하는 것 같아. 우리가 '노스패이스' 자켓을 유행처럼 입듯이 따라다는 거지.
진 : 여행을 떠나자는 건가. 우리 들의 국경을 넘자는 건가.
찬 : 여행을 현실도피로 생각해서는 안돼. 여행도 기대 때문에 ,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 막상 가면 그 만큼 만족한 여행을 떠나 본 적이 없어.
소 : 여행을 떠나서는 배낭을 이따만하게(손으로 허공에 직경 78센티미터 짜리 동그라미를 그리며) 매고 다닌다. 그 배낭을 덜어내거나 하지 않고 그냥 매고 다니지. 근데 학교에서는 '배낭'을 벗어버리려고 해.
인 : 학생들은 '무조건 여기만 아니면 돼!!!' 라고 여기는 거 같아.
찬 : 뭐든지 무엇을 얻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지 '여행'을 떠나기전 준비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
소 : 학교에서도 그래. 선생님의 종례가 끝나면 일제히 "아, 집에 간다" 소리를 치지만 막상 집에 가면 할 일이 없어.
인 : 우리 학교에는 정기적으로 사복을 입고 오는 날이 있는데, 좋아해. 근데 사복 입고 오면 거지 같은 모습들이야. 우리 심리가 이 것(교복)만 벗어버리면 자유롭다, 생각하는 듯 해.
소 : 토욜날에 친구들 끼리 모여 놀자, 해도 만나면 뭐 할지 몰라.
인 : 반항 하고 싶은 주변의 친구들도 그래. 술, 담배 뭐 이런 거 하면서 '여기만 아니면 돼!!!' 이렇게 생각하는 것 처럼 보여.
찬 : '로드스쿨러'의 이보라작가처럼 준비된 '여행'을 떠나야 해. 놀더라도 확실한 계획이 필요한 거지.
소 : '이거 아니면 된다' 는 게 어른들도 그런 거 같아. 노무현대통령 시기를 보내면서 노무현만 아니면 돼. 라고 선택한 mb는 지금 어때. 앞으로도 mb만 아니면 돼. 이렇게 생각 할런지. 근데 다시 한번 생각해 봐. mb나 한나라만 아니면 민주당이 되면 되는 건지. 청소년만 문제가 아냐.
찬 : 어른들도 '이것만 아니면, 이것보단 낫겠지' 이러게 생각하는 어른이 많은 거 같아.
인 : 정치인들 뒷돈을 많이 받아. 그리고 이권을 나눠주고 그러면서 살아.
진 : 그런 정치인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변화하려는 정치인들까지 흑백논리로, 극단적으로 한 덩어리로 바라봐선 안된다고 생각해. 그렇게 되면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이 정치허무주의로 빶게 되거든.
#5. 오늘도 저희 항공사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잊으신 물건 없이, 안녕히 돌아가세요.
인 :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난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어. 이보라 작가의 '길은 학교다' 와 비슷한 이야기인데, 외국에 나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기록한 책이야. [길에서 배운다] , 강용운, 사람연대. -근데 진배가 이 책을 알라딘에서 검색해 보니 없더라, 인호는 이 책을 다시 소개 해주면 좋겠어-
진 : 마지막으로 여행생활자 유성용씨가 바라본 여행은 무엇인지 전하는 말로 비행기에서 내리자.
진배의 탄력있는 목소리로 낭송이 시작되었지.
'여행은 모순이다. 자유 속에서 생활을 꿈꾸는 아둔한 우여곡절이다. 여행의 길은 그저 멀어서 먼 길이 아니고 길을 알면서도 스스로 나아가서 길을 잃고, 멀리 돌아가야 하는 먼 길이다. 그 길은 절대의 빛으로 이루어진 눈부신 천국으로 가는 길이 아니고 도서남북이 없는 눈부신 환한 빛 속에서 어둠을 조적해서 쌓아가는 제 속의 길이다.
여행은 드러냄이 아니고 숨김이다. 함부로 생활의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커다란 비밀을 제 속에 품을 때까지 제 몸을 숨기면서 가야 하는 길인지도 모른다 .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시계를 자주 들여다보며 시간과 풍경들을 제 속에 저만이 읽을 수 있는 점자로 조각하던, 드러냄이 익숙하지 않은, 벙어리 청년을 생각해본다.
기차는 또 다시 귀청이 떠나갈 듯 경적을 울리고 있다. 나는 목적도 없이 저 기차에 올라 탈 것이다.
- [여행 생활자] 유성용. 갤리온. 172쪽 중-
#6. 다음 여행 일정은,
일제고사와 중간고사의 산을 넘어 10월 24일 토 3시
그날엔 좀 가볍게 배낭을 꾸리자.
- 2009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소설 당선작 ‘스미스’ (중앙일보 홈피에서 검색해봐. 단편 소설이니깐)
- 2009 대학가요제 대상작 이대나온 여자 ‘군계무학’
* 질문카드 손바다 한 장만하게 준비해 오고, 바늘방석에 앉기 싫으며(이건 협박이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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