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그머니(클릭)
비 한 방울 또르르르 나뭇잎의 푸른 옷 속으로 살그머니 들어가네
나뭇잎의 푸른 윗도리가 살그머니 열리네
나뭇잎의 푸른 브로치도 살그머니 열리네
나뭇잎의 푸른 스카프도 살그머니 열리네
나뭇잎의 푸른 가슴호주머니도 살그머니 열리네
햇빛 한 자락 소올소올 나뭇잎의 푸른 줄기세포 속으로 살그머니 살그머니 걸어가네
나뭇잎의 푸른 가슴살을 살그머니 살그머니 쓰다듬네
나뭇잎의 푸른 스카프, 폭풍에 펄럭펄럭 휘날리는데
나뭇잎의 푸른 가슴살, 살그머니 살그머니 빙하로 걸어가는데
살그머니 살그머니 빙하를 쓰다듬는데
나뭇잎의 푸른 윗도리, 나뭇잎의 푸른 브로치, 나뭇잎의 푸른 스카프, 나뭇잎의 푸른 가슴호주머니, 나뭇잎의 푸른 피톨들을 살그머니 감싸안는데
살그머니 너의 속살을 벗기고, 가슴호주머니를 만지니, 살그머니 열리는 너의 수천 혈관의 문
시간이 한층 두꺼워지네
우리의 사랑도 살그머니 두꺼워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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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그머니, 살포시, 살긋. 정끝별의 [와락]과 다르다. 모임의 시공간에서 늘 부딪는 일 가운데 하나는 서로 내면화된 것이기도 하겠지만, 익숙해지다보면 관계를 끌어당기려는 욕심들이 생겨나, 누구때문에로 시작한 발단은 소원해짐으로 수렴되는 것은 아닐까? 관계에 대한 애착. 그 구심력으로 인해 정작 마음나누려 했던 처음의 의도는 저기 변두리로 물러 서있다. 모임의 울타리가 더 넓고 깊고 편안해지길 바라던 그래야 좀더 익숙하고 편하리란 생각들은 자라지 못한다. 울타리의 문은 빗장이 걸려있고, 관계에 대한 사私유는 [때문에]로 증폭된다. 살그머니 다가섰던 사람들, 살그머니 어루만진 사람들, 살그머니 움직인 동선들은 잊혀진다.
살그머니.. 와락은 처음과 끝을 관통한다. 어느 것 하나 망치려하거나 틀거나 하지 않는다. 새근새근 잠자는 아이의 상태를 느끼는 것처럼 온몸으로 보고 만진다. 살그머니는 없어도 있다. 모임을 하다보면 늘 부사의 주도력은 부족하거나 있더라도 찰라로 머문다. 부사의 감수성과 세심함이 없는 것이 진보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 살그머니때문에 당신의 존재가 빛날 수 있는데도 아이보채듯 보채기만 한다. 봐달라고 떼를 쓴다. 모임도 활동도 나에 대한 애착이 너무도 강해 늘 그 나르시스란 구심력으로 정작 볼 것을 보지 못한다. 너도, 나-너-나로 이어진 세세한 불쑥불쑥 다가서는 [살그머니]를 보지 못한다. 살그머니 두꺼워지지 못한다. 그저 [머니]에만 눈이 번쩍하는 것은 아닌가.
당신의 오늘 하루도 [살포시나 살긋]한가? 아니면 제발 봐주세요라고 떼를 쓰고 있는 중은 아닌가?
조심스레 나가려다 보니 와당탕 문턱에 걸렸다. 아이도 깨고, 나뭇잎은 떨어지고 잔가지는 꺾이고...늘 내가하는 일이 그렇지..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