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그머니(클릭)

살그머니, 살포시, 살긋.  정끝별의 [와락]과 다르다. 모임의 시공간에서 늘 부딪는 일 가운데 하나는 서로 내면화된 것이기도 하겠지만, 익숙해지다보면 관계를 끌어당기려는 욕심들이 생겨나, 누구때문에로 시작한 발단은 소원해짐으로 수렴되는 것은 아닐까? 관계에 대한 애착. 그 구심력으로 인해 정작 마음나누려 했던 처음의 의도는 저기 변두리로 물러 서있다. 모임의 울타리가 더 넓고 깊고 편안해지길 바라던 그래야 좀더 익숙하고 편하리란 생각들은 자라지 못한다. 울타리의 문은 빗장이 걸려있고, 관계에 대한 사私유는 [때문에]로 증폭된다. 살그머니 다가섰던 사람들, 살그머니 어루만진 사람들, 살그머니 움직인 동선들은 잊혀진다. 

살그머니.. 와락은 처음과 끝을 관통한다. 어느 것 하나 망치려하거나 틀거나 하지 않는다. 새근새근 잠자는 아이의 상태를 느끼는 것처럼 온몸으로 보고 만진다. 살그머니는 없어도 있다. 모임을 하다보면 늘 부사의 주도력은 부족하거나 있더라도 찰라로 머문다. 부사의 감수성과 세심함이 없는 것이 진보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 살그머니때문에 당신의 존재가 빛날 수 있는데도 아이보채듯 보채기만 한다. 봐달라고 떼를 쓴다. 모임도 활동도 나에 대한 애착이 너무도 강해 늘 그 나르시스란 구심력으로 정작 볼 것을 보지 못한다. 너도, 나-너-나로 이어진 세세한 불쑥불쑥 다가서는 [살그머니]를 보지 못한다. 살그머니 두꺼워지지 못한다. 그저 [머니]에만 눈이 번쩍하는 것은 아닌가. 

 

당신의 오늘 하루도 [살포시나 살긋]한가? 아니면 제발 봐주세요라고 떼를 쓰고 있는 중은 아닌가?   

조심스레 나가려다 보니 와당탕 문턱에 걸렸다. 아이도 깨고, 나뭇잎은 떨어지고 잔가지는 꺾이고...늘 내가하는 일이 그렇지..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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