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교감은 이와 같이 독자적이고 보편적인 상상력의 창조적인 작용을 함축하고 있는데, 그 작용은 이미지가 상상 가운데 떠오르면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시적 교감,-달리 말해 시적 이미지가 느끼게 한 원인, 즉 그것의 과거를 조사할 게 아니라, 상상 가운데서 그것이 목하 창조적으로 변화해 가는 모습 그 자체를 묘사해야 한다. 이것이 바슐라르의 이미지의 현상학이다. 13
시나 문학작품들이 우리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그 최초의 신선한 감동으로 밤하늘에 별들처럼 빛나고 있기 때문에, 독서의 체험도 실생활의 그것 못지 않게, 아니 그보다 더 깊게 우리들의 영혼에 자국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공간의 시학]의 독창적인 점은 이미지의 현상학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차라리 이미지의 현상학의 이와같은 깊은 정신적인 효과, 달리 말해 우리들의 독서 체험의 영혼적인 깊이를 드러낸 데에 있다.
'반향은 세계 안에서의 우리들 삶의 여러 상이한 측면으로 흩어지는 반면, 울림은 우리들로 하여금 우리들 자신의 존재의 심화에 이르게 한다. 반향 속에서 우리들이 시를 듣는다면, 울림 속에서는 우리들은 우리들 자신 시를 말한다. 울림은 말하자면 존재의 전환을 이룩한다.' 14
시의 주된 기능은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존재의 전환'을 잉태하고 있으며 문학은 우리들의 존재를 생성케하는 힘을 그 진정한 차원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15
바슐라르적 인간의 자유는 기실, 우리들 각자가 우연적으로 시공적인 좌표에 내던져져 있는 우리들의 실존에서 우리들을 해방시켜 인류의 보편적인 본질로 나아가게 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공간의 시학]에서 바슐라르는 역설같지만 우리들의 삶에 대해 독자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상정될 수 있을 듯한 상상력, 문학과 예술, 심미적 체험이 기실 우리들의 삶을 지배하여 이끌어 갈 수도 있는 것, 그 본질적인 차원에서 우리들의 삶에 바로 닿아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18-9
시적 행위, 그 느닷없이 떠오르는 이미지, 상상력 속에서 존재가 타오르는 그 불꽃. 시적 이미지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밝혀 보기 위해서는 필경 [상상력의 현상학]에 이르러야 한다. - 그것은 시적이미지가 인간의 마음의, 영혼의, 존재의 직접적인 산물 - 그 현행성에서 파악된 - 로서 의식에 떠오를 때, 이미지의 현상을 연구하는 것. 44
시란 정신의 현상학이 아니라 차라리 영혼의 현상학이라 말해야 할 것이다. - 이미지는 그 단순성 가운데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소박한 의식의 재산일 따름이다. 그 표현에 있어서 그것은 젊은 언어이다. 시인은 그의 이미지들의 새로움으로 하여 언제나 언어의 원천이 된다. 이미지의 현상학이 어떤 것인가를 아주 정확히 밝히기 위해서는, 이미지란 사상에 앞서는 것이라는 것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서는 ...46-7
반향은 세계 안에서의 우리들의 삶의 여러 상이한 측면으로 흩어지는 반면, 울림은 우리들로 하여금 우리들 자신의 존재의 심화에 이르게 한다...이와같은 울림에 의해 우리들은 일체의 심리학이나 정신분석을 그 즉시 넘어섬으로써, 우리들 내부에 시적인 힘이 소박하게 일어나는 것을 느낀다. 울림이 있은 다음에야 우리들은 반향을, 감정적인 반응을, 우리들 자신의 과거가 회상됨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50-1..시의 독서가 우리들에게 제공하는 그 이미지가 다음 순간 정녕 바로 우리들 자신의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들 자신의 내부에 뿌리를 내린다. 우리들은 그것을 받아들인 것인데, 그런데도 마치 우리들 자신이 그것을 창조할 수 있었으리라는, 마치 우리들 자신이 그것을 창조해야 했으리라는 인상에 눈뜨게 된다.
개념적인 언어의 원자상 조직은 고정의 이유와, 중심적인 응축의 힘을 요구하는 법이다. 그러나 시행은 언제나 움직임을 가지며, 이미지는 시행의 선 속에 살며시 끼어들어 상상력을 이끌고 간다. 그것은 마치 상상력이 신경 섬유를 만들어 늘이는 것과도 같다. 58
뱀발. 1. 정지한 것이 아니라 벡터에 대한 사유. 삶과 존재는 새롭게 응축될 수 있다. 불꽃, 촛불. 김우창님의 시적 삶과 약간은 겹쳐보이기도 하지만, 상상력에 대해 이렇게 사유의 폭에 걸린다. 우체국직원에서 소르본대 교수. 물리학과 언듯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다른 과로 석사, 그리고 철학박사. 시적 행위에 대해 시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고 어렵게 하는 이야기는 처음인 듯하다. 그래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익숙한 원자, 힘, 신경섬유...라는 비유가 익숙해서 인가? 시적행위와 삶, 존재론까지 들먹거리니 어찌 관심가지 않는가?
2. 근처 가까운 곳에 오붓한 도서관을 발견해서 그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조용하고 정갈하다. 인기척이 너무 적어 그렇긴 하지만... 가끔 집중이 필요하면 들러야겠다 싶다. 3. 돌아와 달님을 벗삼아 한바퀴 달음질해주다. 벌써 갈치배가 등을 환하게 하구 바다의 한가운데를 점거하고 있다. 8k. 맥주 한모금 생각을 밀어넣다.
-베란다 - 서안나
거실문을 열고 닫을때/열림과 닫힘의 관계를 생각한다
나는 문, 그는 배란다/나는 그의 안에 있고, 그는 나의 밖에 잇다/나를 열면 그는 반쯤 내가 된다/나를 닫으면 그는 마술처럼 사라져버린다/하지만 정작 그가 사라진 건 아니다/내 두 눈이 그를 밀어낸 것뿐이다
나를 떼어 내면/그는 바람 잘 통하는 훌륭한 거실이 된다/그와 나는 사라지고 사랑이라는 바람만 남는다/내가 사라진 것도 세상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사랑의 밖이며 안이다
문을 열고 닫는 일/어쩌지 못해 혼자 생각에 잠기는 일/보이면서 보이지 않는/사랑을 향해 뻗어가는/퇴화식물 뿌리 같은 캄캄한 눈동자/사랑아,/문에 접질려 피엉 든 손가락으로 어디서 울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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