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락없이 도마 위 횟감용 물고기인 듯 목욕탕에서 때밀이용 목판침대 위에 누우면 까만 팬티를 입은 여자가 회칼 대신 이태리 타올로 몸의 구석구석을 뒤지며 묵은 때를 밀어낸다 누우라면 눕고 돌리라면 돌리고 벌리라면 벌리는 100% 자동형 인간이 된다 한참 동안 작업을 하던 여자가 "언니, 혹시 얼라 가지셨는교?" 툭 뱉는 말에 몸과 때가 동시에 굳어 버린다 "아--아니요. 왜요?" "팔다리도 늘씬하고 목도 쑤욱 빠졌는데 거--만 볼록하길래....." 말에 감.전.되.었.다 자동형 인간이 불판 위 마른 오징어가 되어 오그라든다 세신비를 내밀자 "언니, 충격 좀 받고 뱃살 빼시는 기 더 좋지예? 우린 아싸리하게 말해뿌리야 쇡이 시원한기라예. 또 오이소!" 앞으로 공짜로 밀어준다고 수골백번 부른다 해도 다.시.는.안.간.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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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에 발표된 신작시를 한편씩 골라뽑고 간단한 해설을 덧붙였다. 2002년부터란다. 시들이 좋다. 시인의 넉살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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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클릭)
이사 - 김나영
이 남자다 싶어서
나 이 남자 안에 깃들어 살
방 한 칸만 있으면 됐지 싶어서
당신 안에 아내 되어 살았는데
이십 년 전 나는
당신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나 당신 밖에 있네
옛 맹세는 헌 런닝구처럼 바래어져 가고
사랑도 맹세도 뱀허물처럼 쏙 빠져나간 자리
25평도 아니야
32평도 아니야
사네
못 사네
내 마음의 공허가
하루에도 수십 번 이삿짐을 쌌다 풀었다 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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