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릅시다]

1.

일터일을 마친 뒤 선술집에서 한잔하며 분위기가 익으면,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되지 않은 일이 있으면 일의 틈사이 배후로 들어가 그 사람을 밀쳐내야 한다고 한다. 툭, 툭. 그렇게 벼랑으로 몰아내는 모의실험들을 한다.

2.

늘 주인이 되어 모의시험을 하는데, 그 [짜른다]라는 뿌리를 비집고 들어가다보면 살점을 뼈에서 발라내는 것처럼 고민의 경중을 확인한 것 같지 않다. 그저 몸에 붙어 세상의 지표처럼 눈에 들지 않는 모든 것을 모아 그것으로 색칠하지 않나싶다.

3.

그렇게 되면 해결될까? 그 흥건한 피투성이로 일터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줄 생각이나 해본 적 있을까? 그 피로인해 더 쳇바퀴도는 속도가 빨라지고 늘 생기는 문제의 벼랑끝에 서서 겨우 생각한다는 것이 앞에 상대를 두고 칼을 겨누는 것 밖에 없다. 내 차례는 영원히 오지 않을 듯 서슴없이 짜른다라는 표현이 몸에 착 달라붙어 있다.

4.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의 빈도는 서로에게 향해 있으므로, 그 시선에 짜릅시다라는 시선이 동시에 겹쳐 겨눠져 있으므로, 당신들은 서로 한번도 예외가 되어본 적이 없다. 예외가 될 수 없다. 십중팔구 총은 서로에게 겨누어져 있고, 로또의 심리처럼 나는 아닐 것이다라구 그 팍팍한 현실의 시루를 비켜서려 할 뿐이다.

5.

[짜릅시다]는 잠복근무 중이다. 언제 어디서 불심검문을 할지 모른다. 신분증을 내어 보시죠.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지 불심검문을 한다. 불심검문엔 우열이 없다. 모두가 경찰이다. 어쩌다 이런 생활신화가 생활신조가 탄생한지 모르겠지만, 시뻘건 피를 뚝 뚝 흘리며 숨소리 가득한 곳이면 어김없이 횡행한다.

6.

[짜릅시다]를 몰아내지 않으면, 쳐부수지 않고 내몸에 네몸에 덕지덕지 붙어 꿈과 일상에 늘 점거시위를 하고 있는 그녀석을 발라내지 않으면,

7.

그 일터란 곳이 노약자도 약자도 장애우도 없는 순수혈통 경쟁자만 득실거리는 야생정글로 만들어가는 이유로 당신이 잡아먹힐 확율도 더 높아지고, 정글에 수명이 짧아질 뿐, 또 다른 포획자에게 당신을 넘겨야 한다.

8.

[짜릅시다]의 칼날끝에 당신이 겨눈 그 창끝끝엔 늙은 노모와 멸시와 천대를 받는 장애우와 먹여살릴 식솔이 칭칭 붙어있다. 당신이 얼마나 그 삶에 붙어있는 뼈와 근육사이의 관계를 생각조차 하지 않은 불감인지. 그 불감의 살점덩어리를 보라.

9.

당신이 무심코 던진 그 칼끝에 그 사람이 삶이 맺고 있던 칡넝쿨같은 뿌리들이, 그 자양분으로 삶을 꾸려가던, 사회를 만들어 가던 꽃들이 시들어지고 떨어지는지 상상해야 한다.

10.

당신이 던진, 내가 던지 그 비수로 오늘도 얼마나 많은 이가 신음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이상 , 늘 삶의 단두대에 처분한 이력으로 인해, 당신은 온몸엔, 나의 온몸엔 살육의 문신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11.

돈 한점의 무게와 그 삶 한점, 그(녀)가 뿌리내리는 사회속의 한점의 무게를 달면 늘 돈 한점의 무게가 더 무겁다고 생각하는 당신의 현실감각이 무지에 가까운지도 아파해야 한다.

12.

자르고 자르고 자르면 자를수록 서서히 당신도 당신의 식구도 잘리고 잘리고 잘린다는 사실의 눈도 볼 수 없는 당신의 우매함과 세뇌로 인한 현실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공산당이 싫어요 처럼, 빨갱이라는 색칠을 한 수위를 넘어 당신의 일상을 연좌시위하고 있는 당신의 마음 속을 몸 속을 손발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그 때를 벗겨내야 한다.

13.

[짜릅시다], 자본의 나팔수가 되어 저자거리를 선동하고 있다. 저 무시무시한 구호를 수감해야 한다. 당신의 마음 속에 당신의 몸 속에 검거해서 폐기처분해야 한다. 재활용이 아니라 소각해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충실한 나팔수가 되어 또 다시 당신의 머리 속을 점거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세뇌해내어 또 다른 녀석을 제조해내어 당신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돈한점의 무게때문에 당신은 사라져야 한다고 총을 겨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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