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몸에 감기는 것이라곤 불감의 기술. 불감은 살아낼 궁리로 이어져 살지 않고 살아지는 삶. 불안을 생산하고 제조하고 갇힌 나는 우걱우적 그것만을 받아먹는다. 이미 씨없는 쾌락만 먹고 싼다. 너로 넘어설 수 없는 금단의 열매만 먹는다. 타들어가는 목. 나는 그칠 수 없다. 이미 세상에 중독되었으므로, 내몸은 담금질 되었으므로. 나를 넘어선 그 무엇도 경험해본 적이 없으므로. 세상은 거울 속에 갇힌 나만 있을 뿐, 거울밖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체념하지 않고 몰락하지 않는 절대나만 있으므로 섞지 않아 살아낼 수 없다. 영원히 너는 없으므로. 너에게서 불감과 불안과 냉소만 받아먹었으므로. 나는 할 수 없다. 나는 살 수 없다. 체념도 몸에 묻혀 너로 넘어가는 다리. 사그라지는 것도 너로 넘어가는 길. 체념하고 몰락하는 것이 인간이라면 나는 예외가 될 수 없다. 나만은 고독하지 않을 수 없다. 너를 빌리지 않을 수 없다. 살아지지 않고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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