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한 사랑
양손에 무얼 들고
내려놓으려는데 자리를 못 찾아
허둥대는 사람은 중얼거리지
오목한 것, 오목한 것 하고 중얼거리지
저절로 오목한 건 흔치 않아
그릇을 빚고 둥지를 짓고
두 손 오므리거나 팔 벌려 껴안거나
오목한 것은 그래서 그릇이 아니라
씀씀이 같은 것
나를 들고 있는 시간이 오래되면
고인 물처럼 악취가 나지
나를 내려놓고 툴툴 털고 싶을 때
퉁퉁 부운 마음 내려놓고 싶을 때
오목한 것
내손을 떠나서도 내가 빗물처럼 흩어지지 않게
정갈하게 받아두었다가
지친 걸음으로 돌아오면
옛 시간을 말갛게 빨아 개어두는
무의식 같은
눈동자 같은
오목한 나의 사랑
백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