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걱정하기에도 벅찬 사람들]의 시대
주체할 수 없다. 걱정은 산을 이루고, 끊임없이 파도는 나를 향해 다가와서 포말을 터뜨린다. 남이란 단어가 살아있는가. 나의 언어집에서 남을 잘근잘근 씹어삼킨지 오래다. 남을 나의 언표에서 쫓아낸지 오래다. 집나간 남은 궁금하지 않다. 걱정은 산을 이루고 포말을 터뜨리는 파도는 끊임없이 다가오고.
한 땐 남이 나인지? 내가 남인지? 인적 드문 곳처럼 사람을 그리워한 적도 있으리라. 사람이 그리운 시절이 있었다. 시루에 빼곡히 박힌 콩나물같은 나는 쑥쑥 너의 땀냄새로 아귀이다. 그 너로인해 나만 생각하게 되었고 그 남으로 인해 내걱정은 산만큼 커졌고, 그래서 남이 지겹도록 미워졌으므로 나만 산다.
내자식과 내새끼와 내가족으로 향한 끝없는 복제. 나는 진화하지 않는다. 끊임없는 증식. 나로 뒤덮히는, 나의 더깨만 쌓이고, 나만 배설되고 나는 산을 이룬다. 걱정은 나를 벗어날 수 없고, 나의 경계안에 걸린다. 온통 경계안에 들어선 것은 나이므로 점점 농염하게 채워지는 나의 그늘만 있으므로 너는 점점 멀리 가속도가 붙은 원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