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생신으로 서울로 가는 길, 조금 일찍 나서서 궁금하던 서울시립미술관과 덕수궁을 들르다. 대법원 건물의 아치가 아담하고 이쁜 잡종 왜색 근대건물이다. 이어진 미술관의 신오감도, 15회 판화대전, 천경자전시관, 신소장작품전을 둘러보다. 문봉선의 버드나무를 담은 음율시리즈, 차명희, 김환기의 봄의 소리가 실물로 봐서인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손원영의 [관계]도 이런저런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판화대전은 생각에 미치지 못했고, 오히려 2008 신소장작품전이 낫다 싶다. 철쭉을 그린 민경갑의 봄의향기, 극사실화 최영걸 가을소감, 권옥연 새등이 남는다. 천경자전시관은 그림이 많지 않았으며 성격이 그러하리라 여겨지는데 말미 박경리의 천경자란 시에 흔적에 눈길이 가다. 

덕수궁돌담길을 지나 대한제국과 일그러진 근대의 흔적을 벚꽃길이 둘러보다. 준명전앞에 사진과 포즈를 번갈아 취하는 일본아가씨들이 사진을 청한다. 밝게웃는 벚꽃웃음과 바람에 흩날리는 사쿠라의 결, 하늘을 향해 걸린 한옥문들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한참을 공포에 처마올림과 근대의 흔적을 쫓는다. 

그렇게 주말은 보내고 굳은 몸과 마음을 다독이다. 손상기-양수아의 화가 언저리에 마음이 가 있는다. 오세창도 어제 같이 버무려진다. 예술가란 삶을 시인의 외곽에 너무나 둔 것은 아닐까? 너무도 뜨거워 김수영은 오히려 차거워보인다. 예술의 혼이 다른 것은 아닐텐데. 일상의 심지에 지펴진 불꽃일텐데. 우리는 너무도 [그것]으로 처리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뱀발.  

1. 그림이나 중화전이 궁금하시면 서울시립미술관, 덕수궁으로 들어가셔서 사이버관람해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 하네요. 미처 러시아공관을 빼먹고 왔네요. ㅁ 

2. 매형과 누나가 일을 얻었는데 몹시도 힘든 일이네요. 몸을 짜내서 얻는 시스템이란 땀마져 시간마져 마른 수건을 짜듯 일상을 쥐여 짜는 듯 싶어요. 힘든 하루에 운동할 시간도 없어 몸이 걱정되네요. 작은어머님은 골수암수술을 받고 나아질 수 있다는 소식이 그나마 마음을 낫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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