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야 어쩌자고 이토록 피어 날 못 견디게 하니?
개나리야 어쩌자고 날 간질여놓아 못 견디게 하니?
진달래가 피면 진달래를 그려야 하고
개나리가 피면 개나리를 그려야 하고
목련이 피면 목련을 그려야 하고
민들레가 피면 민들레를 그려야 하고
고들빼기가 피면 고들빼기를 그려야 하고
무꽃이 피면 무꽃을 그려야 하고
배추꽃이 피면 배추꽃을 그려야 하고....
그러니 내가 천 년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겠지?
.....
이러고 있는데 또 매화가 피었다.
뱀발.
1. 엊그제 산책의 향이 마음에 남아 이렇게 복기를 한다. 박재동을 좋아하게 된 것은 몇주전 세계테마기행(아직 두편이나 남아 아껴둔다)의 구수한 목소리와 손바닥에 붓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 그리고 이 그림에세이에서 붓펜에 대한 찬양과 더불어 그림에 대한 예찬이 겹치기 때문이기도 하다. 봄이 파르르 떨리면서 다가오는 나이는 지났다. 이제 봄도 마음에 온전히 녹기시작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흰머리도 어느 덧 언덕을 넘어서서 전진중이다.
박재동님은 그림한장으로 혁명을 할 수 있다고 했나? 암튼 그림 한장의 위력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어쩌면 어쩌면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밀려온다. 낙서를 하면서 점점 대상에 대한 애착이 구체적이 된다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것을 한획으로 표현할 수 있는 궁리가 자리잡히는 것 같다. (그러는 사이 차창가로 이어지는 배꽃은 맘을 뺏는다. 멀리 도화도...아마 나주평야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도 박재동님 손바닥그림을 이야기한다. 그림이 담고있는, 표현하는 행위가 담고 있는 즐거움에 대해서 말이다. 사진도 찍는 것이 아니라 그리는 일일 것이다. 일상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늘 마음에 그 대상을 그리고 있지 않으면 좋은 사진이 없는 것처럼 일상은 손바닥그림으로 치유될 일들이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론 늘 엉성한 스스로가 낙서 덕에 덕도 재미도 한껏 보고 있으니 말이다. 박재동화백의 그림강의로 혼자 생각만이 아니구나라는 확약을 받는 듯하다.
엊그제 벚꽃향이 자목련향과 수수꽃다리?(라일락)향에 섞이고, 끊임없이 화답하는 새소리가 담긴 산책에 넋을 놓다싶이 했다. 꽃보라를 맞는다는 일이, 꽃비늘이 바람결에 우수수 떨어져 몸을 감싸고 가는 기분은 자못 색달랐다.
아~ 그리고 일터일도 그러했지만, 불감의 치유에도 좋은 것 같다. 마음이 단단히 굳어 말랑말랑하지 못하다면 천천히 낙서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 싶다. 손바닥그림이 서서히 당신을 말랑말랑하게 할 것이고, 무뎌진 가슴을 녹일지도 모른다. 그로인해 어느 순간 마음이 섞이고 있는 대상이 당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에 놀랄지도 모른다. 그 안부가 궁금해 늘 기다려질지도 모른다. 그런면에서 어쩌면 혁명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음이 늘 말랑말랑 살아있는 사람들이 그립다. 그리워하면 그리게 된다. 그리자
2. 책을 추천해준 분께 감사.
3. 사회활동을 헌신하는 분들을 만나다보면, 가끔 아니 자주 느낀다. 시에 대한 무딘 감성. 가슴보다 머리가 예민하게 발달하신 분들이 마음이 차갑거나 굳어있는 것을 느낄 때, 참 안타깝다. 어떻게 이리 마음경화가 일찍 찾아온 것인지 세상탓을 먼저해보지만, 거기에서 자신의 마음을 놓아주지 못해 더 단단해지는 것을 보면 아프고 아리다. 사람들은 외로워서 앎보다 마음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들어주고 나눠주고...혹 그렇다는 자각증세가 있으시다면 필히 권해드리고 싶다. 그렇게 마음이 흔들리고 꽃을 피우다보면 어느새 흥얼흥얼 당신은 시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당신은 옆사람을 녹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을 꼭 안아드리고 싶다. 늘 당신의 마음 곁에 가 있으므로 ..당신 마음을 보고 싶으므로... 어쩌자고 횡설하는지...세상이 봄꽃만 같다면 살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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