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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반납기한을 하루 넘겨 에돌아 반납하다. 도시의 틈새,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건물들을 지나고 버스를 타고, 언덕에 지식의 위용을 부리고 있는 듯한 도서관으로 들어서다. 빼곡이 들어선 신간도서에 눈길이 가 한참을 들여다보다. 몇주전과 그대로이지만, 간간이 섞여있는 시집들이 봄의 색같다. 그러다가 [천하나의 고원]을 집어든다. 들뢰즈/가타리, 화이트헤드, 하이데거. 낯설기만한 유행처럼 현란하기만한 활자들을 생성한, 겉맛만 돌아다니는 현실 속에, 철학자 이정우의 사유는 얼마나 깊을까? 어디를 가고 있는 것일까? 집어든 책에 빨려든다. 후기부터 거꾸로 보다. 부제가 소수자의 윤리학을 위하여이다. 다 정리하고 하고싶은 이야기가 말미 가지런히 놓여있다. 

생성과 존재가 층위가 다른 것처럼 편취해가는 현실을 보고, 그릇된 해석에 그것을 같은 층위에 점선으로 섞어놓는다. 그리고 [ ]이기가 아니라 [ ]되기의 읽기는 실선과 점선처럼 날카롭다. 끊임없이 따라붙는 이분법의 질곡을 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듯 모를 듯, 모를 듯 알듯 이어나간다. 달팽이처럼 기어서 넘는, 현실을 넘는, 사회운동의 뿌리깊은 문제도 그 안에 담겨있다. 그리고 시집과 책들앞에 서다가 그림들을 보다가 일어서다. 도시의 불빛은 완연하고, 불빛에 바랜 목련은 차마 눈을 건네기가 아쉽다. 

도서관 정문을 나서는 길. 책의 말미가 복받쳐 올라오고 뭉클거린다. 사람들 생각이나 마음은 다 한결같은 것은 아닐까 싶다. 넘거나 감싸안아 넘는 길의 험함도 그려려니와 마음의 렌즈에 모아지는 시선들이 친구의 가슴처럼 따듯하다 싶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시집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고 딱딱하고 낯선 책을 보고 뜨거워지다니 이해할까? 때로 건조하기만 한 책들을 보다가 나면 그럴 때도 있는 것을 어떡하랴.  

박재동화백의 그리스 여행 1,2부(올림포스산)도, [권력의 병리학], 고통의 이해도 함께 섞는다.  

blog.naver.com/pkies/11004390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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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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