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는 걸 잊을 때가 있다. 사는 게 별반 값어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파편 같은 삶의 유리 조각들이 처연하게 늘 한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무섭게 반짝이며

나도 믿기지 않지만 한두 편의 시를 적으며 배고픔을 잊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나보다 계급이 높은 여자를 훔치듯 시는 부서져 반짝였고, 무슨 넥타이 부대나 도둑들보다는 처지가 낫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외로웠다.

푸른색.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더럽게 나를 치장하던 색. 소년이게 했고 시인이게 했고, 뒷골목을 헤매게 했던 그 색은 이젠 내게 없다. 섭섭하게도

나는 나를 만들었다. 나를 만드는 건 사과를 베어 무는 것보다 쉬웠다. 그러나 나는 푸른색의 기억으로 살 것이다. 늙어서도 젊을 수 있는 것. 푸른 유리 조각으로 사는 것.

무슨 법처럼, 한 소년이 서 있다.
나쁜 소년이 서 있다. 

 

살은 굳었고 나는 상스럽다

굳은 채 남겨진 살이 있다. 상스러웠다는 흔적. 살기 위해 모양을 포기한 곳. 유독 몸의 몇 군데 지나치게 상스러운 부분이 있다. 먹고살려고 상스러워졌던 곳. 포기도 못했고 가꾸지도 못한 곳이 있다. 몸의 몇 군데

흉터라면 차라리 지나간 일이지만. 끝나지도 않은 진행형의 상스러움이 있다. 치열했으나 보여 주기 싫은 곳. 밥벌이와 동선이 그대로 남은 곳. 절색의 여인도 상스러움 앞에선 운다. 사투리로 운다. 살은 굳었고 나는 오는 상스럽다.

사랑했었다. 상스럽게. 

 

 뱀발.  친구들과 후배들이 서울서 모인다는 소식이다. 어제의 남은 기력같았으면 내달릴만한 열정이 남았지만, 일터의 잔영은 피로에 절여있다. 오는 길 전화 한통을 전한다. 낯익은 이름. 하지만 많은 점선으로 가득한 친구들, 후배들... ...마음은 달려가 모임영업이라도 상스럽게 하고 싶었는데, 아니면 그들의 푸른색을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몰랐겠는데.  푸른 색의 기억때문에 그 자리에 십오년이십년의 공백을 채우리라 자조적인 생각이 잠시 머물렀는지도 모르겠다. 파편같은 유리의 파란 색.들은 어쩌면 그 사랑스런 상스러움을 넘어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상스러움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나도 상스러우므로 굳은 살이 군데군데 있으므로.. 당신의 서슬퍼런 유리에 베이고 싶기도 하므로... 상스러운 영업이나 거래라도 할 수 있겠다 싶다. 설령 그대로 푸른색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더라도...(글은 전혀 김수영스럽지 않은데, 느낌은 그대로 김수영처럼 생생하다.한번 찾아 읽어보시길...) 

  

첨부파일 너를보고있으면.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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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 2009-03-23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친구분의 노래군요. 신라장군...ㅎㅎ 예전에 들었었죠, 아마?


아~ 청소년 인*아***에서 들었던 거 같아요.

여울 2009-03-23 13:23   좋아요 0 | URL
처음인데요! 전, 가사에 따끔 찔리더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