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려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 가장 멀다했을까?  남도에서 받는 편지가 내내 걸려든다.  목에 걸려있는 마음을 넘길 수 있다면 가슴보다 더 먼 손과 발에 닿을 수 있을까! 애틋한 마음에 샘물 한사발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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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활자를 바닥에 누워 뱉는다.민주주의를 잘게 썰어 하나씩 하늘을 향해 뿌린다. 뿌리깊은 대행민주주의의 역사는 잘게잘게 우리 머리속을 꽈악 채우고 있다. 소화되지 않는 검정색활자를 머리띠 삼아 진열된 활자민주주의를 본다. 뿌리깊은 관음의 내력은 쇼윈도우처럼 전시된 모임으로 향한다. 다음 페이지에 펼쳐질 누드를 기대하며 점점 활자속으로 기어들어갈 민주주의와 모임의 이름이 저 책 한쪽으로 소멸되길 기다리며 쓸활자를 바닥에 누워뱉는다. 기괴함만이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지금을 잘게잘게 썰어, 져며져며 간을 배인다.  

뱀발 1. 이렇게 극단의 한결을 보인다. 마음좋은 몸좋은 사람에게 이런 쓴소리라니, 독이 될지 침이 될지, 독침이 될는지. 극단의 현실을 이렇게 넘으려는 불편함을 드러내니 마음 역시 편치 않다. 내가 있는 모임이 아니라 어디에든 살아내고 있는 모임들에 보내고 싶은 소리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런 현실에 살고 있다. 엽기와 충격으로만 현실을 견뎌내는 일상에 서 있음을 사무치게 알아야 한다. 그렇게라도 현실을 눈치채지 않으면, 여전히 유행되고 있는 [절박함]은 [소통]과 [연대]의 유행만큼 소비되다가 소멸되고 말 것이다. 

[소통]과 [연대]는 모임의 적절한 상품으로 팔리다가 채 2-3년을 넘기지 못했다. 아무도 소통과 연대를 낱개로 우걱우걱 씹어서 삼키지 못했다. 그래서 소화되지 않은 [소통]과 [연대]는 부패하지도 않은 채, 거리마다 모임마다 그렇게 생생하게 살아있다. 하지만 아무도 지금 그것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왜? 유행이 끝나지 않고 종언했으므로. 어쩌면 우리는 그 홍수를 관통하고 있는지 모른다. 몸에 좋은 민주주의의 마지막 숨결을 보고 있는지 모른다. 그것을 거두어낼 수 있는 많지 않은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는지 모른다. 어쩌면 모임의 전적비 하나 세우고 말 것이다. 절박함을 가장한 목소리라구...그러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당신을 사겠다. 당신이 지금을 구해낼 수 있으므로... 

뱀발 2. [소통]과 [연대]의 장관, 파노라마, 그 절경은 속살을 보여줄 듯 말듯. 유혹과 환상의 지난날. 밑줄치고 머리 속에 넣고 외우고, 만나기만 하면 절반의 언어를 섞어쓰며 회자되던 그 말들이 정말 장터장날 끝나듯 그렇게 썰렁하게 지났는지? 왜 일상으로 한 걸음도 한 끼니도 가져오지 못하는지 되물을 수 있을까? 나를 무겁게 무너뜨리지 않으면 너를 그렇게 무너뜨리지 못한다면 세월의 겹이되어 쌓이는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므로 단어만 발설하다 지나가리라. 이것도 언젠가는 지나가리라를 되뇌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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