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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ㅣ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야초를 보면서 민초들을 생각한다. 삶과 늘 가까워 가장 멋지고 가장 빠름을 다시 새겨본다. 저들 푸르른 소나무보다 더 푸르름에 깜짝 놀란다. 그렇게 봄을 준비하고 있나부다. 이 책을 보기전 일터 인근에 있던 야초들에게 눈길을 제대로 못주었다. 문득 책을 읽으며, 조금씩 조금씩 시선이 스며들고 있음을 느낀다. 책거리 겸 느낌을 다음 글로 담는다.
野 草
길섶 드문드문 풀냄새다
얕은 둔덕 겨울낙옆 사이로
질경이 손고사리 취가 손을 들고 있다
그만 찬 서리에 얼어붙은 줄 알았다
달림 소리, 건네는 눈길 속으로 숨소리가 보인다
내 호흡이 거푸 거칠수록
야초는 얕은 숨을 내쉰다
땅에 가장 가까이 발 벌리는 줄 이제야 눈치챈다
땅의 쿵쾅거리는 숨결에 그렇게 멋지게 교감하고 있다
오는 길섶 갈대 한 그루
시선을 따라가보니
금강여울 아득히 재두루미들 점점 박히고
숨은 길섶
야초와 연애질 하던 멧새
달림 인기척에 후두득, 후드득
갈대 숲으로 숨는다.
어떤 이별을 위하여-둘
-공주 금강에서 윤중호
너 때문에 여길 온 게 아니야, 정말이다.
금강 옆, 마른 강냉이 이파리 서걱대는 밭둑에
가을이 깊어갈수록 땅 속에 뿌리깊게 내려
애기쑥, 봄을 준비하는지, 단지
그것 때문에 여길 왔어, 정말이다.
너 때문에 여길 온 게 아니야
왜 있지, 아침마다
낮은 휘파람 소릴 내며 흐르던, 금강의
새벽안개, 아직도 살아
퍼렇게 출렁대는지, 단지
그걸 보려고 여길 왔어, 정말이다.
널 잊어버리자고 여길 온 게 아니야
어부집 가는 길 옆
아직도 금강은 낮게만 흘러
흐로고 또 흘러, 하얀 물싸리나무꽃, 아직
한 묶음씩 터뜨리는지,
그걸 보러왔어, 정말이다.